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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타왕 팀 버크의 과한 출전, 민망함은 누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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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그 첫째날 9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336야드를 쳤다. [사진=KEB하나은행]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의 장타대회 선수 팀 버크의 이틀간 프로대회 도전이 민망한 결과로 끝났다.

버크는 14일 경기 용인의 88CC서코스(파71 6987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KEB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원) 2라운드에서 14오버파 85타를 쳤다. 대회 1라운드에서 17오버파를 적어낸 버크는 2라운드 합계 31오버파 173타로 리더보드 최하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컷오프 됐다. 7언더파를 적어낸 선두 홍순상(39)과는 무려 38타 차이가 났다. 컷오프 기준 1언더파에도 32타가 모자랐다.

이날 버크는 더블보기 4개에 보기 8개, 버디 2개를 적어냈다. 3번과 11번 홀에서는 아웃오브바운즈(OB)를 두 번 냈다. 이날은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 않았다. 파4 352야드 8번 홀에서 320야드를 쳐서 그린 30야드 지점에 보냈지만 파로 마무리 했다. 9번 홀에서 티샷 345야드를 친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11번 홀에서 OB를 한 번 낸 다음에 세 번째 샷으로 396야드의 장타를 쳤으나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전날 세 번의 OB를 연달아 냈던 13번(파5 604야드) 홀에서는 드라이버를 안 잡고 티샷으로 259.6야드를 보내는 극도의 방어적인 플레이를 했고, 부족한 숏게임 실력 탓에 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이날 드라이버는 서너 번 정도만 잡았다.

1라운드로 돌려보면 버크는 424야드 5번 홀에서 410.7야드의 티샷, 352야드 8번 홀에서 그린 근처까지 보낸 364.6야드 티샷이 놀라웠던 반면 OB를 네 번이나 남발했다. 첫째날 13번 홀에서는 7오버파 셉튜플 보기(12타)를 비롯해 더블보기 2개에 보기 9개, 버디 3개를 묶어 17오버파 88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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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의 버크. 퍼팅을 놓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


첫째날 버크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28.57%, 정규타수내 그린 적중률(GIR)은 38.89%에 그쳤다. 둘째날은 드라이버를 거의 안 잡고 보수적으로 쳐서 페어웨이 적중률은 42.86%, 그린 적중률은 44.44%로 다소 올라갔다.

하지만 다른 프로 선수들과는 확연하게 차이 나는 실력이었다. 버크는 144명 출전 선수 중에 기권한 두 선수를 빼고 꼴찌(142위)로 마쳤다. 141위를 한 선수의 타수 161타와도 무려 12타가 차이 났다.

올해 33세에 신장 198cm 체중 106kg의 버크는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2013년과 2015년에 394야드와 427야드로 2차례 챔피언에 올랐다. 샌드웨지를 치면 최대 비거리 160야드까지 나오고 7번 아이언으로 풀스윙을 하면 240야드까지 나온다. 드라이버 샷도 400야드 정도를 어렵지 않게 친다. 하지만 이건 장타 대회에서 가능한 얘기다.

장타 대회에 나오는 선수들은 평소 근육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골프백에는 드라이버를 위주로 서너개 이상 가지고 다닌다. 한 샷에 파워를 쏟는 데 집중하는 전문가들이다. 드라이버 스펙도 샤프트가 정규 투어의 규정치보다 조금 더 길고, 대회 때 티높이도 더 높게 꽂는다. 그들이 보내는 곳은 폭 50~60야드의 꽤나 넓은 평지다. 장타 시합에서는 4~8개의 볼을 쳐서 그중에 하나라도 멀리 보낸 것이 있으면 우승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나머지 볼이 다 OB가 나더라도 한 개만 멀리 날아가면 우승하는 게 장타대회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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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장타 대회에서 당당한 위용을 뽐낸 버크.


버크가 활동하는 무대는 일반 골프대회와는 무척 다르다. 대회 이틀 전에 장타대회를 해서 버크는 우승했다. 김홍택과 결승전에서 우승하면서 대회 흥행을 도왔다. 하지만 이틀 뒤에 전혀 다른 규정으로 시합하는 선수를 골프 대회장까지 끌어들인 건 과했다.

대회가 인비테이셔널 대회여서 각 나라 선수들을 초청했지만 장타 대회에서 활동하는 선수를 정규 대회에 불러서 시합을 출전시킨 건 무리한 시도였다. 세계 장타 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던 캐나다의 장타자 제이미 섀들로스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아시안투어나 유러피언투어 2부 리그 퀄리파잉을 치러 정규 대회에 출전했지만 그건 오랜 시간과 연습이 필요했다.

정규 프로 대회 출전 경험이 없고, 준비 부족일 수 있는 선수를 초청료를 주고 데려와 이벤트를 넘어 코리안투어 정규대회까지 출전시킨 것은 과욕이었다. 정규 1부 투어 대회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 중에 한 명의 기회가 박탈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버크 입장에서도 봐도 이것이 장타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버크에게는 이 대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을 수 있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고 늘어나는 타수 때문인지 그는 둘째날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 않았다. 장타 대회 선수가 드라이버를 안 잡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일반 골퍼들은 버크의 경기에서 과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었을까? 장타에 목숨걸기보다는 정타를 치라는 정도? 자신 없으면 드라이버를 잡지 말라는 것? 흥행을 위해서 정규 대회까지 출전시킨 것은 과한 욕심은 아니었을까? OB를 낸 뒤의 민망함은 버크만의 몫이었을까?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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