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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4)골프장의 로컬룰 꼭 지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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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룰을 무시하고 만든 부당한 위치의 OB 티나 해저드 티의 사용은 거부할 권리가 있다.


골프가 레저이면서도 스포츠로 인정받는 이유는 지켜야 하는 엄격한 룰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룰은 영국의 R&A와 미국의 USGA가 협의해서 제정하며 4년에 한번씩 개정한다. 한국에서 골프룰을 번역하여 보급하고, 최종 해석의 책임을 가진 단체는 대한골프협회(KGA) 이므로 한국에서 열리는 모든 프로대회와 아마추어대회는 KGA 골프룰을 적용하는 것이다. 각 골프장에 가면 그 코스의 로컬룰을 만들어서 적용하기도 하는데 골퍼들은 그 로컬룰들을 꼭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가? 정답은 “네” 그리고 “아니요” 이다.

골프장의 스코어 카드에는 로컬룰을 설명해 놓았고 그 로컬룰 이외에는 KGA의 골프룰을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골프장이 정하는 로컬룰은 반드시 골프룰의 틀 안에서만 만들 수 있고, 만일 변형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만들라는 예시까지도 다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그린 주변의 일반구역에 정지한 볼을 퍼터로 굴리려니까 플레이 선이 스프링클러의 방해를 받는 경우 골프룰에 의하면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구제가 가능한 로컬룰을 만들 수 있는데 “그 스프링클러가 그린에서 두 클럽 이내의 거리에 있으며 동시에 볼에서 두 클럽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 시킬 경우에만 구제가 가능하도록 로컬룰을 정해 주었다. (모델 로컬룰 F-5) 그러니까 골프장 측에서 편한 대로 아무데서나 구제할 수 있는 로컬룰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골프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로컬룰이라면 골퍼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코스의 보호나 플레이어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면 골프룰과 상관없이 지켜야 한다. 그러나 빠른 진행을 위해서 임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골프룰에 위반되는 로컬룰이나 글로 명시되지 않은 로컬룰은 거부할 권리가 있다. 티잉구역에서 황당하게 먼 곳에 설치한 OB 티나 해저드 티는 골프룰에 위반이 된다. 카트 도로 옆에서 구제를 받을 때 항상 페어웨이 쪽으로 드롭하게 만든 로컬룰도 골프룰 위반이다. 이렇게 룰에 위반되는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대신에 골프룰에 따라서 정 위치에 드롭을 하든지 아니면 원위치에서 다시 치는 것은 골퍼의 권리이다. 캐디에게 볼을 하나 더 쳐도 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USGA는 전 세계 골퍼들의 핸디캡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는 GHIN 넘버를 모든 골퍼에게 부여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한골프협회가 GHIN 시스템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GHIN 넘버에 의한 핸디캡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골프룰에 따라서 플레이 한 스코어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우리나라 골퍼들은 공인 받을 수 있는 스코어를 제출할 수가 없다. GHIN 넘버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특히 골프장의 잘못된 로컬룰에 따라서 플레이 했다면 그것은 스포츠 골프가 아니고 레저로서 한 게임 즐긴 것이다.

스포츠로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라면 골프룰을 무시하고 만든 부당한 위치의 OB 티나 해저드 티의 사용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룰 대로 치면 자기의 점수가 몇 타나 나오는지도 모르고 평생 동안 골프를 치는 명랑골퍼라면 룰이 필요 없고 골프장의 엉터리 로컬룰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많은 골퍼들이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캐디의 진행에 의존하며 배우고 동반 플레이하는 선배들도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제대로 된 골프룰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골프장이 정해준 로컬룰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잘못된 로컬룰을 지키느냐 마느냐는 골퍼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다.

골프룰을 지켜서 치는 것은 진행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캐디와의 신경전이나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그린피를 냈을 때 골퍼가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골퍼들은 18홀을 플레이 하는데 최소한 4시간 이상이 걸리며, 그 시간 내에서 앞 조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골프룰을 지키며 플레이 한다면 골프장이나 캐디가 골퍼들을 간섭할 수 없다. 스포츠 골프를 치고 싶어하는 골퍼들이 골프룰을 이해하고 언제나 떳떳하고 즐거운 라운드를 하도록 응원한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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