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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54) 태생부터 잘못된 한국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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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


한국의 골프 문화는 정말 특이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골프를 먼저 시작했던 나라들의 정통적인 골프와 한국의 K 골프 문화는 너무나 다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에 골프가 도입될 때의 골프장 사업 개념에서 아무런 변화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골프 대중화에 가장 큰 장해 요인이 되고 있다.

서양의 골프문화
필자는 유럽에서 25년, 미국에서 5년간 거주하면서 골프를 쳤으므로 그들의 골프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평범한 골퍼들이 퍼블릭 골프장에 도착하면 주차를 하고 골프백을 내린 후 차에서 골프화로 갈아 신는다. 자기의 골프백을 메고 클럽하우스의 프로샾으로 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그린피를 먼저 계산한다. 전동카트를 타려면 카트피를 별도로 내야 하지만 메고 나가거나 본인의 수동 트롤리를 이용한다면 카트피는 없다.

한국처럼 락커 번호를 받는 절차도 없다. 락커룸에 가면 작고 간단한 락커들이 있는데 열쇠가 꽂혀 있어서 아무거나 사용하면 되지만 락커룸에 들르는 골퍼는 많지 않다. 카트를 타든, 걸어서 가든 1번 티로 가면 스타터가 그린피를 냈는지 확인한 후 티타임에 맞춰서 나가도록 안내한다. 물론 캐디는 없다. 18홀이 끝난 후 현장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하는 골퍼는 드물다. 샤워시설이 없거나 아주 열악해서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은 후 자기의 골프백을 메고 차로 돌아가 귀가한다.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햄버거, 핫독 등 저렴하고 간단한 메뉴만 있을 뿐이며 보통 음료수를 한잔씩 하고 헤어지게 된다. 식사를 했다면 현장에서 별도로 계산하면 된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라면 식당 입장 때 드레스코드를 정하는 곳도 있고 스테이크 등 비싼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그런 골프장은 대중 골퍼들과는 거리가 멀다.

부유층만을 위한 한국 골프장
우리나라는 최초의 골프장들이 건설 될 때 일본의 골프장을 벤치마킹 했고 부유층을 상대로 한 영업에 초점을 맞췄다. 그린피, 식당 메뉴의 가격, 캐디피 등도 부자들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책정되었다. 대부분의 클럽하우스 식당, 락커, 사우나 시설 등은 고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호화로운 수준인데 서양에서 그런 클럽하우스를 갖춘 골프장은 아주 고급 회원제뿐이다. 18홀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고용 인원도 서양은 30명 정도 인데 한국은 70명이나 필요하고 거기에 캐디까지 추가 되므로 한국 골프장들은 고비용 구조의 골프장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골프장들이 이런 고비용 구조이므로 그린피가 비쌀 수 밖에 없어서 골프 대중화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골프장 업주들은 대부분 지난 5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같은 영업방식과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고 골프인구가 폭증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비싼 골프장을 건설하고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진입하는 골퍼들의 일부는 끝없이 오르는 그린피를 낼 만한 부유층도 아니고 이런 호화판 골프 시설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기존 골프장들의 고가정책을 따라가야만 하는 딱한 사정이다.

개선 방법은 있다
결국 골프인구 500만명 시대에 중산층 골퍼들이 갈 수 있는 서양식 대중골프장의 건설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0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총 인구 대비로 보거나 골퍼들의 열의로 보아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려면 약 800개 정도가 필요하므로 300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서 저비용 구조의 서양식 퍼블릭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것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린피를 저렴하게 받으면서도 수익성을 보장하려면 현재의 골프장 조세에서 큰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한다. 또 체육시설로서의 조세감면을 받는 조건으로 클럽하우스 규모를 법으로 제한할 필요도 있다. 어쨌든 그린피 인하를 기다리고 있는 500만 골퍼들의 분노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 하거나 정치권에서 새로운 입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두 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인기리에 연재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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