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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55) 대통령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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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기간 골프를 즐겼던 미국의 대통령들. 왼쪽부터 오바마, 부시, 클린턴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

지난 주 문체부는 “제2의 골프 대중화 선언” 행사를 주최하면서 우리나라 골프산업을 두 번째 도약의 단계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999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골프는 특권층의 스포츠가 아니며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는 골프 대중화를 선언 한 이후 일반 골퍼의 그린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대중 골프장에게 개별소비세 면제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어왔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현재 골프인구가 500만명, 골프장이 500개 이상이므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라운드 1회당 필요한 비용은 15만원에서 30만원 이상으로 두 배나 비싸지게 되었으므로 대중화 정책이 완전한 성공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중 골프장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이 골프장 업주들의 이익으로 들어갔고 그린피 인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치지 않았던 김대중 대통령이 골프 대중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한다.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

지난 19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16명이 재임 중 골프를 즐겼다. 대부분의 대통령 선거에서 골프를 치는 후보가 안치는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하여 거슬러 올라가 보면 트럼프, 오바마, 부시, 클린턴 등 골프를 안치는 대통령을 찾기 어렵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재임 중 250개 이상의 공공 골프장을 건설하여 대중들에게 오픈했는데 그 유명한 뉴욕의 퍼블릭 골프장 베스페이지도 그 때 건설되었다. 아이젠아워 대통령은 8년 재임 중 800 라운드를 플레이 했으니까 3-4일에 한번씩 친 셈이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까지 모두 골프 매니아였다. 트럼프는 사비 5만 달러를 들여 백악관에 스크린 골프를 설치했을 정도였다.미국 국민들은 대통령의 골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대통령도 휴식과 취미생활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들의 골프

한국의 대통령들은 공개적으로 라운드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지만 골프를 즐겼던 대통령들은 여러 명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열성 골퍼였다. 다만 골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던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비공개적인 라운드를 즐겨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골프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공직자라도 업무시간 외에는 골프를 치는 것이 자유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골프를 조심하는데 그 아래의 총리나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자유롭게 골프를 칠 수는 없었다. 고위 공직에 임명되면 일단 재임 기간에는 골프를 포기하는 것이 상식화 되었으니 그 아래 공직자들의 위축된 골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골프가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적 척도이며 국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필수 항목인 것을 감안하면 공직사회의 경직된 골프 문화를 해결해서 근무시간 이외에는 어떤 공직자라도 자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해결의 열쇠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다. 골프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골프 인구가 5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공직자의 골프를 비난할 사람은 별로 없다.

대통령 선거와 골프

500만명의 골퍼들은 현재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골프를 치는지 안치는지 큰 관심이 있지만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 토론 주제에 골프의 대중화를 넣어서 후보자들의 의견 청취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골퍼들도 많다.

이번에 발표한 제2의 골프대중화 선언에서 골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항목은 그린피 인하인데 문체부가 공들여 만든 대책이 있지만 단기간에 그린피가 인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골프장 공급을 늘리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골퍼들이 기다리는 대통령

우리나라에서 그린피 10만원 미만의 이상적인 골프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콜리안 골프장 5곳뿐인데 에콜리안 골프장의 숫자를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대책이다. 골퍼들은 에콜리안 골프장 100개쯤을 임기 내에 건설하여 500만 골퍼들의 염원을 한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나타날 날을 기다린다.

이것은 퍼주기 공약이 아니라 유휴 토지를 개발하고 그린피를 받아서 투자비용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투자이다. 또 에콜리안 골프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노우하우가 있고 재원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므로 얼마든지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이다. 이래저래 대중 골퍼들의 염원이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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