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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파멸의 시작 (28)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조직도에 이름을 갈아 끼웠으니 새로운 내각구성은 완료된 셈이었다. 대통령에 신희영, 국무총리에 한승우… 하지만 강준호는 축구협회 회장 쯤 되는 직책이었다. 어쨌거나 새로운 내각도 구성되었건만 몇 시간 전부터 독촉했던 업무 브리핑이라든가 시재 점검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봐요, 총무이사, 홍보실장, 고 상무, 자금부장… 이 사람들 모두 어디 갔어요? 업무 브리핑 준비하는 데에 무슨 시간이 이렇게도 오래 걸려요?”

참다못한 신희영은 비서실로 통하는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위엄에 찬 목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총무이사님은 점심시간에 나가셔서 아직 안 들어오셨고요, 홍보실장님은 방송국에 나가 계십니다. 그리고 고 상무님과 자금부장님은 은행업무 마치고 현지에서 곧바로 퇴근하신다고 연락 왔고요…”

“뭐라고요? 자기들 맘대로 퇴근했단 말예요?”

“저도 이만 퇴근하면 안 될까요? 일곱 시가 넘었는데…”

“뭐라고요? 아이고, 아이고 두통이야.”

마패도 없는 사람이 어사 노릇을 하고 있으니 영이 설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 신희영 혼자 열 내고, 혼자 끌탕을 하는 셈이었다. 만만한 게 홍어 불알이라고,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남편에게 분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 가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회사에 출근할 형편이 못 되면 위임장이라도 써놓고 사라져야 할 거 아냐!’

이런 상황에 위임장이라고? 개가 풀 뜯는 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인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소릴 했을까. 그러나 이심전심인지 혹은 답답한 심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모르겠으나 바로 그 순간, 유민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전화기 액정 위에 뜬 이름 석 자를 다시 확인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확인해 보아도 액정의 발신자 란에는 ‘우리 집 웬수’라는 글자가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 우리 집 웬수… 다름 아닌 유민 회장의 별칭이었다.

“여보세요? 당신?”

기대 반, 실망 반. 쿠데타의 현장을 잡힌 꼴이 되는지라 막상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암담했으나 습관처럼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손가락으로 터치만 해도 연결된다는 요즘 신식 전화기의 허점이라고나 할까? 자칫 잘못 만지면 통화연결이 되어서 도청장치로 둔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었다.

“회장님, 제가 옷을 다 벗을 때까지 절대로 눈 뜨면 안돼요. 알았지요?”

“하모, 하모. 얼른 벗고 내 옆으로 와. 그동안 눈 딱 감고 있을 테니까.”

“딴 짓 하시면 안돼요. 오늘은 꼭 끌어안고 잠만 잘 거지요? 딴 짓하면 사모님한테 이를 거예요!”

“그라스 강, 딱 한 번만! 한 번만 줘.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냐? 마누라랑 자게? 마누라랑 자는 건 지독한 형벌이라고!”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엿듣던 신희영은 입가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뭐라고? 나랑 자는 게 형벌? 이놈의 영감탱이가 정말…

“그라스 강! 오, 오… 어쩌면 젖가슴이 이리도 예쁘냐? 축 늘어진 마누라 것만 보다가 네 젖가슴을 보니 눈이 뒤집어지는구나.”

“아이, 간지러워요. 회장님 취하셨나 봐.”

이 년 놈들을 그냥! 신희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결코 전화기를 귀에서 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전화기에 딸린 녹음장치를 누르고 숨죽인 채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세상에나! 그들의 대화는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채 희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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