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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에 가고 싶다>겨울에 만나는 그리스 코린토스…
시시포스는 간데 없고 폐허 위로 비만 추적추적

얄궂은 날씨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겨울 코린토스(Korinthos). 3000여년의 화려한 역사, 부서진 돌덩이로만 남은 그 흔적 위로 찬비만 추적추적 내린다. 지금 시계는 2010년 12월 14일 오후 2시다.

코린토스, 세계문화사에 나오는 그 ‘코린트양식’의 발원지이자 성경 ‘고린도전서’의 무대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코린토스의 뒷산인 시시포스(Sisyphos) 산이다.

쉴 새 없이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는 지금 쉬고 있는 중이다. 그가 굴려야 했던 바위는 지금 중턱에 덩그라니 박혀 있으니 말이다. 산 아래의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지포스의 형벌은 고통스런 인간 삶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산은 신화적 상상과는 달리 높이는 580m에 불과하다. 나무도 자라지 않은 거대한 바위덩어리일 뿐이다. 시간이 없어 올라보진 못했지만 시지포스산 꼭대기에도 아프로디테의 신전과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안내인이 전했다. 
코린토스 언덕에 일곱개의 기둥으로 남아 있는 이오니아 양식의 신전.
코린토스의 뒷산격인 시지포스산. 바위산 아래 오솔길처럼 보이는 세로줄 오른쪽의 흰 점이 시지포스의 바위다.

이 그리스 동남부의 항구도시는 터키쪽 에게해를 등지고 서쪽 이탈리아 남부로 통하는 이오니아해로 열린 모양을 하고 있다. 기원전 번성했던 동서 무역항으로 그리스인과 유대인뿐 아니라 페르시아, 이집트, 시리아에서 온 상인들이 들끓었다.

상업도시답게 사치와 향락, 퇴폐로 흥청거렸다. 당시 별명은 ‘창부(娼婦 )들의 도시‘. 도처에서 몰려든 창녀들은 물론 여염집 아낙들마저 몸을 팔아 ‘부(夫)와 자식’을 부양했다. 
코린토스 앞 음식점 거리. 겨울인데다 비까지 내려 인적이 거의 없다.

그 처절한 증거는 코린토스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성병 치료를 위해 의술도 발달했다. 헬라(그리스)계 백인은 물론 시리아계 아시아인, 아프리카계 흑인의 병든 성기 모형들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동물의 뼈로 만든 수술용 메스와 바늘, 약 빻는 절구는 지금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밀하다. 

쾌락과 우울이 교차하는 이 사연 많은 도시. 기독교인으로 치면 전도의 최적지였던 것이다. 사도 바울(Paolos)은 코린토스에서 1년반 동안 살며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했다. 고린도전서와 후서는 이를 기록한 것이다. 

 
코린토스박물관의 스핑크스상. 페르시아나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반인반수의 대리석 조각이다.
긴 역사 만큼이나 코린토스의 유물과 유적들도 복잡 다단하다. 건축과 유물의 박물관이랄까. 지금은 폐허로만 남았지만 문명 초기의 우악스런 도리아 양식의 건축에서부터, 이보다 조금 우려해진 이오니아, 화려하고 우아한 코린트 양식까지 그 흔적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마케도니아가 쇠퇴하자 로마인들이 이 땅을 점령했다. 초기 로마시대였던 기원전 146년 로마인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 코린트의 전략적 가치를 알아본 것은 카에사르(Caesarㆍ시저). 그는 기원전 44년부터 코린토스를 로마식 수도와 목욕탕, 신전, 상가 등을 갖춘 도시로 재건했다. 자연히 그리스 유물과 로마 유물이 뒤섞여 발굴되고 있다.

따라서 안내인의 설명도 무척 복잡하다.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로마의 신화와 역사, 미술ㆍ건축사에서 기독교사까지 그많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숙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설명에 질린 일행 몇몇은 듣기를 포기하고 셔터만 눌러댄다. 

유적지 답사를 끝내고 내려온 기념품점과 음식점이 늘어선 코린토스(정확히는 고대 코린토스) 마을. 하우스와인에 그리스식 돼지고기 바비큐와 볶음밥을 주문한다. 1인당 비용은 대략 10유로. 유럽의 식당치고는 싼 편이다. 
코린토스에서 먹는 그리스식 점심. 돼지고기 바비큐와 볶음밥 및 고기만두가 잇달아 나온다.

바비큐는 후추를 치면 그런대로 삼겸살 맛이 나는데 볶음밥은 불린 쌀을 볶은 데다 잔뜩 친 올리브기름으로 느끼하다. 이 때 와인을 조금 마시면 다시 입맛이 살아난다. 디저트로는 단맛과 비타민이 우리네 것의 서너배 쯤 되는 지중해식 귤이 무한정 제공된다. 단, 이는 겨울철에만 누리는 호사다.

‘그리스, 로마 여행은 사전 학습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뒤늦게 새겨본다. 머리속만 복잡해진 채 코린토스 여행은 여기서 끝난다.

코린토스(그리스)=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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