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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파멸의 시작(43)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현 양, 정말… 오랜만이로군.”

남녀 상관관계도를 그리던 중에 불쑥 현성애가 들이닥쳤으니 유민 회장은 찔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은 따로 작용하는 법, 아련히 잊고 지냈던 그녀의 향기가 낯익게 코끝을 스치자 또다시 바지춤 아래 가랑이가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이리로… 내 옆으로 와요.”

유민 회장은 은근한 눈빛으로 현성애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안 돼요. 회장님.”

“왜 그래? 평상시처럼 결재 받는 척하면서 내 옆으로 오라니까?”

평상시처럼? 그랬다. 평상시에는 현성애가 결재를 받기 위해 책상을 돌아 그의 왼쪽 곁으로 다가오면 그는 1인 2역을 동시에 수행하곤 했었다. 자세는 똑바로, 눈은 점잖게 결재서류를 응시, 오른손으로는 멋지게 싸인을 하면서도 왼손으로는 현성애의 스커트 안쪽 허벅지를 쓰다듬곤 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현실의 지난함과 꿈속의 쾌락을 넘나드는 순간, 차가운 머리로 뜨거운 가슴을 음미하곤 했다는 뜻이다.

“저도 이제 어린 애가 아니잖아요? 다 들었어요, 회장님.”

“그래? 이거 참, 면목이 없구먼.”

“그동안 혼자 생각해서 내린 결정인데요…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세요.”

“놓아달라니? 내가 현 양을 강제로 잡고 있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래 뵈도 쿨한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회장님.”

“그래요, 어쨌거나 놓아달라는 게 무슨 뜻이야? 사표라도 쓰려고?”

“사직하는 건 아니고요, 스포츠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싶어요.”

현성애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민 회장은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사실 현성애가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섰을 때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베트남 크루즈 선에서 창문턱에 기대어 세워놓고 아랫도리를 벗겨 희롱하던 기억이 떠올랐으니 긴장할 수밖에.

“왜? 비서실에 근무하는 게 부담스러운가?”

“네! 부담스러워요. 그보다도 제 장래를 위해서지요. 이왕이면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스포츠마케팅 팀에 합류하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자동차 랠리 경기를 주관하게 된다면서요?”

“그래 맞아! 현 양은 아버님으로부터 자동차 튜닝에 대한 기술적인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았다고 했지?”

“튜닝 만이 아니에요. 훌륭한 미캐닉이 되어드릴 수 있어요.”

“미캐닉?”

“카 레이스에서 차의 튜닝과 점검, 조정, 수리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예요, 미캐닉이란. 더구나 아드님께서 자동차 경주를 좋아한다니 잘 됐지요. 아드님의 전담 미캐닉이 되게 해주세요. 어차피 우리 회사에서 카 레이싱 팀을 구성하면 아드님이 주축이 되지 않겠어요?”

어쩜 이리도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가.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었다. 어차피 높은 양반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아들 호성이를 끌어들여야만 할 터. 차제에 현성애를 스포츠마케팅 팀으로 발령 내면 눈앞의 지뢰를 제거하니 좋고, 레이싱 사업을 위해서도 좋고, 일거양득이었다.

하지만 동상이몽, 바라보는 곳은 같아도 생각은 달랐다. 현성애는 유민 회장에게 배신당한 복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사지로 뛰어드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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