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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이와 게릴라…완전한‘관계’를 꿈꾸다
라틴문학 거장 푸익의 작품 낭만적 몰리나·냉소적 발렌틴… 두 남자의 치명적 사랑이야기 정성화-최재웅, 박은태-김승대 티켓파워 막강…열연 기대
정치범인 발렌틴은 마르크시즘에 입각해 영화평을 하며 반박한다. 하지만 몰리나를 무시하면서도 대꾸를 하면서 점점 몰리나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원작 소설 자체가 희곡처럼 느껴질 정도로 대화체로 구성된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는 1976년 스페인에서 출판됐지만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마누엘 푸익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판금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푸익은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1983년 이 작품을 희곡으로 만들었고 ‘스타의 망토 아래서’란 제목으로 출판됐다. 1985년 엑토르 바벤코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시나리오상 후보에 올랐고, 몰리나 역을 맡은 윌리엄 허트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3년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거미여인의 키스’는 토니 상 7개 부문을 석권했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장르를 넘어 끊임없이 재탄생했다. 서로 이해하고 닮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올려지는데 관심을 모은 것은 역시 캐스팅. 낭만적인 동성애자는 정성화와 박은태가, 냉소적인 반정부주의자는 최재웅과 김승대가 연기한다.
‘맨오브라만차’ ‘영웅’ 등에서 뮤지컬 주역을 꿰찬 정성화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출연뿐 아니라 뮤지컬 ‘쓰릴미’에서 티켓파워를 보여준 배우 최재웅과 커플이다. 몰리나 역으로 첫 연극에 도전하는 박은태는 ‘모차르트!’에 함께 출연했던 김승대와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며 게이 몰리나를 생각해야 했던 정성화는 “워낙 다른 캐릭터라 동시에 소화하자니 힘든 것도 있었다”며 “2인극이라 대사가 많아서 암기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작품이 끝나기 전 결혼 계획도 갖고 있는 그는 “(게이 연기를 하면서) 여자들이 왜 토라지는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다”며 “정치 혁명가와 동성애자 간의 부딪침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감동과 함께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고 인간애를 보여주는 두 남자의 치명적이고 슬픈 사랑은 ‘헤드윅’ ‘바람의나라’ ‘서편제’ 등을 연출한 이지나 연출이 이끌어간다. 각색 작업도 함께한 이지나 연출은 “몰리나와 발렌틴의 동성애에만 머물지 않고 살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인간 관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향한 다른 이들의 시선에도 시선을 돌린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11일부터 4월 2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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