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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왜 미국은 중국을 배우려하지 않나
설연휴 美 대형서점 가보니

중국관련 책은 찾기 힘들어

과거엔 日 고도성장에 경탄

중국엔 배울게 없다고 보나


지난주 설 연휴에 미국에서 대형 서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경제서적 코너에는 빚더미에 오른 미국의 국가부도,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 붕괴, 미국ㆍ유럽의 몰락과 새로운 국제 질서의 부상 등을 예언하는 서적들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주식투자 코너에 가보니 달러화 폭락 시 살아남는 주식투자 비법이나 국제 상품가격 폭등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슈퍼사이클 시대’에 수익 남기는 서적들이 가득했다. 기업경영 코너는 온통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놀라운 성공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크가 펼칠 새로운 소셜 미디어 시대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책들이었다.

대형 서점에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본 미국 재계의 화두는 미국 경제의 몰락과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대비책으로 압축된다. 또 그나마 미국 경제의 미래를 애플과 페이스북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데 특이한 점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서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 발발 이후 국제 경제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은 명실 공히 미국에 이어 경제 규모(GDP)와 정치적 위상에서 넘버 2로 올라섰다. 하지만 서점에서는 차이메리카 시대로 불리는 미ㆍ중 슈퍼파워 시대에 대해 별다른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경영ㆍ산업ㆍ경제 코너 어디에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의 비결과 중국 경제의 장점을 소개한 책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90년대에 미국 서점에는 일본의 고도 성장에 경탄하며 일본의 엘리트 경제관료들의 헌신과 소니ㆍ도요타자동차의 기술혁신 방식, 미국과 다른 평생고용 관행, 하청기업 육성 등 일본 경제의 장점들을 분석하고 일본을 배우자던 책들로 넘쳐났었다. 달리 보면, 지금 미국 학계는 중국에서 미국 기업인들과 경제정책 당국이 배워야 할 모범 사례를 별로 못 찾은 듯하다.

그나마 중국의 경제성장을 케인스 이론과 공산당 정권의 결합이나 국가 독재 자본주의의 부분적인 성공으로 평가한 정치경제학자들의 책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조망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의 공산당 주도 경제개발 모델을 긍정하는 서적들도 결국은 미국을 추월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조만간 관치금융의 폐해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거나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그나마 그 고비를 넘겨도 경제 성장에 따른 민주화 요구로 체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으로 끝을 맺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진심은 무엇일까.

워싱턴 정가에서는 중국의 부상이나 환율정책이 미국 대외정책에서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데, 정작 미국 재계나 지식인 사회에서는 과거 일본과 달리 중국 배우기 열풍이 불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에 배울 게 없는 걸까. 정작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와 달리 미국 재계나 학계는 중국이 월마트에서나 팔리는 저가 소비제품 하청기지 수준에서 못 벗어날 것이라고 보는 건지 자못 궁금해졌다.

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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