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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1)홍천 동창마을 “동쪽의 창고, 화려한 부활을 꿈꾸다”
‘어머니 품속 같은 아늑한 마을…’

강원도 홍천군의 중심지(홍천읍)로부터 무려 40km 가량 떨어진 ‘오지 아닌 오지’ 동창마을(내촌면 물걸리)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그 첫 느낌은 바로 ‘고향의 아늑함’이었다.

위압적이지 않은 산들이 겹겹이 넓은 평야를 감싸고 있고, 그 사이로 홍천강 상류인 내촌천이 굽이굽이 흐른다. 바로 배산임수의 명당 터다.

강원도 산골답지 않게 동서남북이 탁 트인 전망, 그리고 낮 동안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따사로운 햇살은 한풀 꺾인 동장군이 아예 꼬리를 내리게 만든다. 포근한 기운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동창(東倉). 약간 특이한 마을 이름의 기원은 조선 제11대 왕인 중종(재위 1506∼1544)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 영서지방에서 거두어들여 해마다 한양의 경창(京倉)으로 수송하던 세곡(稅穀:나라에 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집결시켰던 창고가 이곳에 있었다고 해서 동창이라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조선시대부터 교통의 요충지이자 물류의 중심지였으니 당연히 부자마을로 통했다.
척야산 중턱에서 바라본 동창마을 전경. 내촌천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세를 갖췄다.

동창마을은 또한 항일 구국운동의 불꽃이 타올랐던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동창초등학교를 지나 마을 중심부로 가는 길 바로 왼편에는 기미만세공원이 조성돼있다. 이 마을의 이승노 이장은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에 인근 5개 면에서 수천 명이 참여해 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며 “만세운동의 의미를 후손들에게 알리고 열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공원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척야산 청로각과 내촌천.

동창마을의 역사적 숨결은 이보다 훨씬 전인 통일신라시대까지 닿아 있다. 물걸리사지라는 유적지가 바로 그 것. 강원도 기념물 제 47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절터에서는 석조여래좌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불대좌, 불대좌 및 광배, 3층석탑 등의 문화재가 대거 발굴되어 큰 화제가 됐었다.
척야산은 아기자기한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범상치 않는 내력들…, 시골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깃거리는 분명 아니다.

시장기를 달래려 들른 동네 어귀의 한 식당에서 동네 아주머니가 재미있는 얘기 보따리를 하나 더 풀어놓았다. ‘원조 국민가수’ 이미자가 노래한 ‘척야산 진달래’가 바로 동네 옆산 이란다. 서둘러 음식 값 계산을 하고 야트막한 척야산 중턱에 있는 정자(청로각)까지 한달음에 올랐다.
홍천강 상류인 내촌천. 이 곳에선 용호강으로 불린다

“아!, 그랬구나.”

그 곳에서 바라본 동창마을은 왜 이 곳이 풍수적으로 명당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배산임수의 지세를 갖춘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이다.

동창마을 정보센터 안병관 관장은 “척야산은 홍천강 상류인 내촌천(이 곳에선 용호강이라고 부른다)이 휘감아 흐르고, 아기자기한 기암절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며 “해마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교육 인프라도 이 마을의 장점이다. 지난 1941년 개교한 동창초등학교 외에 이화여대와 한 뿌리인 이화학원(이화여고, 이화외고)에서 대안학교인 팔렬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살아있는 청정 자연환경과 빼어난 풍광, 교육시설,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을 간직한 동창마을은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 점차 뒤안길로 밀려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홍천에서조차 그리 알려지지 않은 그저 평범한 산골마을중 하나였다.

그러던 이 마을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건 지난 2009년부터. 서울~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1단계 구간인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그해 6월에 개통되고, 이어 2단계 구간(홍천~양양) 공사가 바로 착공되면서 개발 바람이 불어 닥친 것. 특히 이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 초입에 내촌IC가 건설되면서 일약 홍천의 교통 요충지로 떠올랐다. 그 옛날 이름을 떨친 ‘동쪽의 창고’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날개를 다시 달게 된 것이다. 현재 동창마을은 200여 가구, 500여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이웃의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북쪽에 산을 등지고 들어선 동창마을의 모습이 정겹다.

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은 오는 2014년에 전면 개통될 예정이지만, 국가예산 집행 및 고속도로 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이미 개통된 1단계 구간과 가장 먼저 연결되는 내촌IC의 경우 빠르면 2013년 하반기에 개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촌IC 건설의 수혜지역은 내촌면 중에서도 물걸리, 그 중에서도 최고 입지조건과 역사·문화·교육·관광 테마를 갖추고 있는 동창마을이 단연 돋보인다. 고속도로가 착공된 지난 2009년 동창 일대의 땅값은 개발 붐을 타고 크게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숨고르기 과정을 거쳐 아직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게 홍천지역 중개업자들의 평가다. 홍천읍의 한 중개업자는 “과거 소외지역이었기 때문에 고속도로 공사 착공과 동시에 크게 올랐지만, 홍천 내 다른 고속도로 IC 주변과 견줘볼 때 아직도 싼 편”이라며 “내촌면, 특히 동창마을 일대는 전원생활과 투자가치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동창 일대 계획관리지역 땅(전답)은 3.3㎡(1평)당 20만원을 웃돈다. 입지가 뛰어난 곳은 40만 원대를 넘어서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난 ‘동쪽의 창고’가 고속도로 IC건설을 계기로 자연, 역사·문화, 교육 등이 어우러진 테마형 전원마을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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