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족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건강한 신체유지와 휴식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신건강을 위한 투자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신을 재정비하고 또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재충전시킨다는 점에서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다.
지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다스려주고 흐트러진 정신을 회복시켜주는 치유(healing) 프로그램의 기본은 명상. 외형적으로 건강하다고는 하지만 마음이 지쳐있고 상처가 많은 사람을 치유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인식될 수도 있겠지만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달,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깊은 산속 옹달샘’을 찾았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하얀 설원에 새파란 담벼락이 더해져 청량한 느낌을 준다.
옹달샘 명상센터에는 일정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옹달샘 하루명상’은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하루 동안 체험하는 명상 프로그램. 걷기명상, 오수명상, 향기명상, 춤명상 등이 기본이다.
프로그램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걷기 명상’으로 시작한다. 한 발짝 한 발짝… 묵묵히 산길을 따라 좁게 나있는 오솔길을 아주 천천히 걷는다. 속도, 방향, 시간을 모두 내려놓고 걷는 길이다. ‘징-’ 걷다보면 징소리가 한 번 울린다. 옹달샘 센터의 수칙 중 하나가 바로 이 징소리다. 징소리가 한 번 울리면 하던 것을 그 자리에서 멈추고 모두가 ‘얼음’상태가 된다. ‘징징-’ 징소리가 두 번 울리면 다시 움직임을 시작한다. 걷기명상을 하는 중에도 이 ‘잠깐 멈추는’ 명상은 진행된다. 발을 옮기는 중에 ‘징-’소리가 나자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잠시 명상을 한다. 그러자 고요하기만 한 줄 알았던 주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고, 낙엽이 떨어지며 바스락 소리를 낸다. 뺨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오히려 상쾌하다.
고도원 이사장은 진정한 휴식이란 ‘잠깐 멈추는 것’이라 말한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는 조심스러워서 기껏해야 20~30㎞/h를 달릴 수밖에 없다”며 “삶에 있어서 명상을 통해 잠깐 멈추는 것은 더 큰 비상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명상프로그램에 두 번째 참가했다는 신광숙(교사ㆍ57) 씨는 “주기적으로 응급실을 가야만 했던 남편이 명상센터를 방문한 이후 좋다고 해 가족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가족관계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단체로 명상센터를 찾은 주식회사 피오디 커뮤니케이션 이정우(대표이사) 씨는 “작년 한 해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무식을 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술과 가무가 아니더라도 직원들과 소통이 가능함을 경험했다”고 했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仙)마을’도 도시의 삶과 때를 자연속에서 씻어낼 수 있는 복합 휴양 시설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이곳의 촌장격으로 휴식과 치유를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이곳은 하루 단기코스에서부터 장기스테이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하며 건강한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을 들일 수 있다.
선마을은 특히 이번 설을 맞아 ‘선마을에서 함께하는 설 명절’ 행사를 마련했다. 가족 모두가 모여 건강하고 뜻깊은 명절을 보내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산행과 통증 다스리기, 요가, 명상으로 진행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스파와 찜질시설이 조화를 이룬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춘천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그야말로 문명과 떨어져 오로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다.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윤보람 인턴기자/boram0908@
사진=안훈 기자/rosed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