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귀한 매장이 오픈했다. 싱가포르의 육포집 ‘비첸향’.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이 집 육포는 한달에 1억원 어치씩 팔려나가고 있다. 이 백화점 김갑준 델리 CMD(선임 상품기획자)는 홍콩 출장 중 육포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손님들을 보고 직접 맛본 뒤 한국 도입을 결정했다. 이후 수십차례의 이메일과 미팅을 통해 국내 백화점 중 최초로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었다.
월 1억원 매출이 백화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일 터. 동남아시아의 육포 브랜드를 들이기 위해 이처럼 공을 들인 데에는 더 깊은 속내가 있다. 식품구매고객이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파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3일 저녁 롯데백화점 잠실점 ‘비첸향’ 매장이 육포 구입을 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사정은 다른 백화점도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아예 맛집발굴 시스템을 체계화시켜 ‘푸드코트 명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식도락 네트워크’를 신설, 이 네트워크를 통해 한식, 중식, 양식 등 메뉴별로 분류된 맛집 정보를 식품바이어의 맛집백과사전의 자료로 활용하게 했다. 백과사전 확보 후에는 탐방과 맛평가를 거쳐 현대백화점만의 맛집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면 입점을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굴한 동네 맛집은 잠실여고 앞 김밥집이었던 나드리김밥(압구정본점)을 비롯해 역시 서문여고 졸업생이라면 모를 수 없다는 서호김밥(목동점), 홍대 앞 이자까야인 코코로벤또(압구정본점) 등 30여곳이 넘는다.
맛집은 미래 고객인 젊은 고객 유치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현대백화점의 20~30대 고객 비중은 점포별로 35% 안팎이지만, 푸드코트와 델리 매장의 경우 60%에 달했다. 바야흐로 ‘쇼핑식후경’인 셈이다.
조규권 신세계백화점 MD기획팀장은 “식품관 단골 고객들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VIP고객 비중이 높아 ‘식품관=슈퍼’의 개념으로 이용해 명품, 화장품 등 백화점 대표 장르 연관구매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식품관 단골고객 유치가 결국 백화점 전체 VIP 매출 활성화 효과를 일으켜 앞으로도 식품관 차별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연진 기자@lovecome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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