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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교육 프로젝트 내일을 열다> 계획·실행·반성…‘스스로 학습법’ 키운다
노량진초교의 실험 ‘성공하는 7가지 습관’
기업의 필수 연수 코스로 꼽히고,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저)을 초등학생 교육에 접목시켜 사교육을 몰아낸 학교가 있다. 서울 노량진동 노량진초등학교는 2009년부터 스티븐 코비가 고안한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을 자기주도학습으로 이끌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교육 없는 학교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사명서’로 입학때 인생계획

‘실천장’엔 기간별 목표설정


강사초빙 방화후수업 자제

‘6년간 3천권 독서’도 인기


리더십데이 성과발표 호응

반신반의 학부모들도 깜짝

수학강좌 확대요청 빗발도


▶‘7가지 습관’으로 공부ㆍ생활지도 알아서 척척
=노량진초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식 때 선배들이 자신의 리더십 함양 과정의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노량진초교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단순히 반에서 학급회장을 하는 리더십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기 위해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고민한 후 자신의 목표를 정해 계획과 실천, 성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책임감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1년에 100권의 책을 읽기로 정했습니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면 우선 숙제부터 합니다. 동생과 놀거나 TV를 보는 것은 그다음으로 미뤄놓아요.”

자신보다 불과 1~2년 앞서‘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을 실천해온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어렴풋이 '감'을 잡고 나면 신입생들도 입학 일주일이 지난 때에‘ 사명서’를 쓴다. 사명서는 선배들이 했듯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다.

사명서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지향하는 바를 담은 큰 밑그림이라면‘ 실천장’은 이를 구체화한 계획표다. 학생들은 실천장에 1년의 목표를 우선 정해놓고, 한 달의 목표, 일주일의 목표, 하루의 목표를 정해 적어놓는다. 다른 학교에서는 한자 쓰기 등을 할 아침 자습시간에 노량진초교 학생들은 10분 동안 그날의 할 일을 우선순위대로 실천장에 적어놓는다.
지난해 10월 노량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2회 리더십데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표현한 작품과 지난 1년간‘ 성공하는 좋은 습관’을 위해 노력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량진초등학교]

하루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면 25분 정도 그날의 계획을 잘 지켰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날 배운 학습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은 따로 정리하기도 하고, 학교에 있는 동안 지키지 못한 계획을 집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구상하기도 한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며, 돌아보면서 능동적인 생활습관과 자기주도학습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다. 

처음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와연계해‘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을 도입하기로 정했을 때 학부모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교사 전원이 45시간씩 리더십 연수를 받았고, 학생들의 특활교육으로 연 40시간씩 리더십 프로그램(Leader in me) 지도를 받았지만 아직도 프로그램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리더십을 함양하는‘ 7가지 습관’ 프로그램이 낳은 결과는 눈부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 리더십 교육 도입 1년 만에 노량진초교의 사교육비는 37% 감소했다. 2009년 3월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 진단평가에서 교과학습 부진 학생이 73명이었으나, 6개월 후에는 26명으로 64%나 줄었다.학부모는 집에 와도 TV를 먼저 찾다가 잠들 무렵에야 허둥지둥 준
비물을 챙기던 아이들이 스스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전폭적인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학예회 대신 실시한 리더십데이에서는 가족이 함께 참여해‘ 7가지 습관’ 실천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교생 독서왕 만들기 프로젝트=‘7가지 습관’과 더불어 실시한 ‘6년간 3000권 읽기’ 독서교육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게 성취욕을 불러일으켰다. 노량진초교는 1학년 때 1000권, 2학년 때 800권씩의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 3학년은 600권, 4학년은 400권, 5ㆍ6학년은 100권씩 책을 읽기로 정해놓았다. 목표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독서왕’의 영예와 책 선물이 돌아간다. 틈틈이 독서퀴즈대회를 열거나 도서실을 자주 찾은 학생에게 ‘도서실 사랑상’ 등을 주는 것도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

▶방과후학교는 다양한 경험뿐만 아니라 기초부터 다지는 것=노량진초교에도 가야금, 승마, 방송댄스 등 다양한 방과후학교가 있긴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서 이름난 강사를 초빙해온 주요 과목 수업은 자제하는 편이다.안종인 교장은 “사교육 강의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방과후학교는잠시 반짝하는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면 이내 사그라진다”며“ 그때그때 임시방편식으로 방과후학교 강의를 보여주는 것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량진초교의 방과후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예상외로 수학이다. 학교 교사들이 10여명의 학생을 모아 운영하는 수학 강좌에는 수강하려는 학생들이 몰려, 방학 때가 되면 강좌를 늘려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빗발친다.

안 교장은“ 교사들의 열의와 실력이 학원 강사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며“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아니까 맞춤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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