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량 및 구제역 방역지원을 고리로 미국과의 접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만 상대하려는 ‘통미봉남’ 전술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ㆍ미간 간접 접촉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서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들이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 소속 10명의 전문가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진행중인 북한 내 식량상황에 대한 조사를 당초 계획보다 연장, 이달 15일까지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이들 국제기구의 방북을 허용하면서 9개도 45개 시ㆍ군의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접근 조사를 수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국제기구들의 식량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난 1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신중히 모니터할 수 있을 때 식량을 지원하고 그것이 아이들과 필요한 시설에 간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그것(식량지원)은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식량지원 문제를 놓고 북ㆍ미간 모종의 교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실제 미국 내 민간단체 사이에서는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내 민간단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금도 미국 정부와 민간단체 사이에서 식량 지원의 재개를 위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에 있다”면서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 등 북한에 대한 국제기구의 식량 평가 조사가 끝나면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에서 급속히 확산중인 구제역 역시 북미간 접촉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의 구제역 현황파악을 위해 이미 FA0 소속 구제역 전문가단이 지난달 말 평양에 들어간데 이어 FAO는 이와 별도로 전염병 전문가와 대북사업 운영요원들을 추가로 북한에 보낼 계획이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과 관련해 한 대북전문가는 “최근 중동사태로 미국 입장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열기는 다소 식은 측면이 없진않지만, 북핵 문제를 더 방치하게 될 경우 통제 불가능항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식량지원을 매개로 가까운 시일 내에북미가 간접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