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앙 속에서 더 빛난 일본의 시민의식
땅이 꺼지고 바다가 치솟는 대재앙 앞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들의 놀라운 시민의식이 새삼 놀랍다.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과 지진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쳐 순식간에 모든 것을 삼켰지만 국민은 너무도 차분하고 의연하게 이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면 상식과 이성을 벗어난 행동을 하기 쉽다. 아이티 지진 때 폭력과 약탈로 무법천지가 됐고,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 대홍수 당시에도 치안 부재와 폭발적 물가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처참한 상황 속에서 일본은 달랐다.

편의점과 주유소 앞에 생필품을 구하려는 줄이 끝없이 늘어섰지만 새치기나 다투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선 꼭 필요한 것만 사갔다. 뒷사람을 위해서다. 음식과 담요 등이 절대 부족한 대피소에서도 음식을 나누고, 담요를 반으로 잘라 고통을 견디고 있다. 피해가 덜한 도쿄 등에서는 “전기를 아껴 피해 지역에 보내자”는 일명 ‘야마시 작전’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시민들은 스스로 집안의 플러그를 뽑고, 기업과 편의점에서는 불빛을 낮춰 영업을 했다. 덕분에 도쿄전력 측은 계획정전 일정을 전면 유보했다. 세계 언론이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극찬할 만하다.

남을 배려하는 몸에 밴 질서의식은 법과 원칙 그리고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포괄적 사회질서를 의미한다. 국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재난 구조 매뉴얼에 따라 동요 없이 훈련한 대로 움직였다. 한기가 느껴질 만큼 무서울 정도다. 모든 건물과 교량, 터널 등 각종 구조물은 규정된 설계 기준을 따라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 규정과 원칙을 어기면 결국 누군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일본에 비해 안정된 구조라지만 대신 우리는 남북 대치의 특수성을 안고 있다. 불바다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의 기습 도발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일본을 보면서 우리의 위기 대응 능력과 시민의식은 어느 정도인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민방공훈련이 사실상 중단된 지 오래고, 그나마 지난해 연평도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실시하지만 흉내 내기에 그쳤다. 일본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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