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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레인 사태, 수니-시아파 국제전으로 변질
수니파 왕정의 퇴진을 촉구하는 바레인 시아파 국민의 시위에 인근 수니파 국가 군대가 투입되면서 중동의 반정부 시위가 종파간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시아파가 주축을 이룬 시위대는 바레인 전체 국민의 70%가 시아파임에도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 달째 왕정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시위 진압을 위해 바레인 정부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게 군대 파견을 요청하면서 바레인 사태가 수니-시아파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란, 이라크 등 중동의 시아파 국가들은 바레인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강력 비난하며, 수니파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바레인 사태가 국제전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마드 바레인 국왕과 압둘라 사우디 국왕에 각각 전화를 걸어 바레인의 폭력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영국 외교부는 16일 바레인 거주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 결정했다. 세계의 관심이 일본 지진에 쏠린 사이에 중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바레인 당국, 수니파 국가 군대 동원해 강경 진압=바레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지 하루 만인 16일(현지시간) 시위 중심지인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 시위대 해산 작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으로 경찰들을 밀어붙이며 저항에 나섰지만 결국 2시간 만에 진압됐다.

AFP,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시위 참가자 3명, 경찰 2명 등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레인 정부는 아울러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제를 실시할 계획이며, 별도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바레인 군ㆍ경의 이날 작전은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이 3개월 시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사실상 계엄령이 발효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하마드 국왕은 수니파 왕정 교체를 촉구하는 시아파의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며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뒤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날 작전에 사우디 아라비아 군과 아랍에미리트(UAE) 경찰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우디와 UAE는 GCC 공동방위조약에 근거해 지난 14일 각각 군 병력 1000명과 경찰 500명을 바레인에 파견했다. 이들 국가는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의 공동방위조약을 근거로 파병을 단행하며 바레인 수니파 왕정의 수호를 자처하고 있다.

▶시아파 국가들, 뿔났다=바레인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수니파 국가들의 지원까지 요청하자 시아파 국가의 정상들은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바레인 국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매우 추악한 방식이며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이들이 어떻게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성명을 통해 “외국군의 개입은 문제를 푸는 것이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종파 간 분쟁을 심화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각각 수천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참여한 가운데 바레인과 사우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니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도 수십명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쿠웨이트시티 주재 바레인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쿠웨이트 의회의 시아파 의원들은 정부가 바레인에 쿠웨이트군 병력을 지원할 경우 총리를 의회로 소환해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2006∼2007년 시아-수니파 간 극심한 종파 분쟁을 겪어 수천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라크 역시 바레인처럼 시아파 국민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1932년 건국 이후정권은 늘 수니파 몫이었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고 난 뒤에야 시아파 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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