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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 재벌드라마 속 재벌가 변화 읽기
‘마이더스’와 ‘로열패밀리’ ‘욕망의 불꽃’은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루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재벌가의 이야기가 과거에는 화려한 외양과 백마탄 왕자가 있는 집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면 요즘 재벌 드라마는 후계 문제 등을 둘러싼 부자간, 형제간 암투와 복수 등 좀 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장남 상위, 남성우대에서 능력위주의 후계자 경쟁으로

최근 드라마 속에서 재벌가의 장남은 절대적인 권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먼저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에서는 시작부터 장남 유기준(최정우 분)은 인진그룹 후계자 경쟁에서 빠져있다. 차남 유성준(윤제문 분)이 차기 회장으로 공공연하게 지목된 상태에서 삼녀 유인혜(김희애 분)가 성준에게 도전을 해온다. 더구나 유성준과 유인혜의 경쟁은 그동안 보여줬던 남남 대결 구도를 떠나 남녀 대결 양상을 띄고 있다.

‘로열패밀리’도 마찬가지다. 공순호 회장의 큰 아들 조동진(안내상) 역시 일찌감치 동생 조동호 박사에게 유력자 자리를 내줬고, 조동호 사후에는 모든 자제들이 후계자 경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현재 공회장에게 가장 큰 점수를 딴 사람은 차기 대통령 후보와 공조를 성사시킨 막내딸 조현진(차예련 분)이다.

‘욕망의 불꽃’에서도 장남인 영대(김병기 분)는 ‘찌질한’ 존재다. 아버지 태진(이순재 분)이 장님에게 총수 자리를 줬다가 다시 뺏어버린다. 그리고는 3남인 영민(조민기 분)에게는 자신의 곁에 꼭 붙어 있으라고 말했다.

▶ 킹메이커의 등장과 변화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후계자 경쟁을 벌이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는 킹메이커 혹은 ‘멘토’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주로 그룹 내 임원들이 도맡았으나 최근에는 집안의 고문 변호사들이 새로운 주력층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능력과 법적 지식으로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후계자 후보들을 보좌한다.

‘마이더스’의 경우, 유인혜(김희애 분)는 집안 고문 변호사로 들어온 김도현(장혁 분)을 일찌감치 택하여 법망을 피해, 역작전까지 감행하여 유성준을 인진그룹 황태자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이에 유성준(윤제문 분)은 오랜 기간 인진그룹을 위해 헌신해온 최국환(천호진 분)을 멘토로 택해 유인혜와 김도현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다.

‘로열패밀리’는 좀 더 로맨틱한 킹메이커를 선보이고 있다. 죽은 조동호의 처이자 자신의 후원자인 김인숙(염정아 분)을 JK가의 핍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를 자청한 한지훈(지성 분)이 그 주인공이다. 한지훈은 우선 인숙을 금치산자 판정에서 벗어나게 하고 공순호 회장이 아끼는 JK클럽의 사장자리에 김인숙을 올려놓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헌신적인 ‘멘토’를 자처하고 있으며 기사도 정신까지 발휘하고 있다.

지훈 역을 맡은 지성은 상처를 지녔지만 검정색 양복이 썩 잘 어울리는 엘리트 검사역을 맡아 ‘태양을 삼켜라’ ‘김수로’에서의 부진을 씻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

재벌 2세, 집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캐릭터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위스 집사전문학교에서 강사로 초빙할 만큼 직업정신이 뛰어난 엄집사(전노민 분)는 죽은 조회장의 비서였고, 현재는 정가원의 내밀한 일을 도맡아하는 수석집사로서 JK과의 전면전에 나선 인숙을 뒤에서 보필하고 있다.

JK고문 변호사 김태혁(독고영재 분)은 공회장이 유일하게 속을 털어놓는 대상으로 단순히 법률적 자문을 너머 그녀의 미세한 감정적 변화까지 캐치한다.

다양한 캐릭터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재벌 2세 유성준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윤제문이다. 윤제문은 재벌의 전형성을 탈피하여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다. 특히 인혜에게 자신의 후계자 자리를 되돌려 놓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자존심에 상처 입으면서도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려 눈물을 참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감탄시켰고 도현(장혁 분)에게 “당신 죽일 작정이거든. 당신 스스로가 죽는 게 낫겠다고 여기는 순간이 올거야.”라고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싸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마이더스’의 스토리는 뻔한 이야기라 윤제문이 없었다면 긴장과 서스펜스가 훨씬 약화됐을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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