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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계에 코멘테이터 각광...그들의 입담이
교양적인 주제를 예능적인 감각으로 풀어놓는 프로그램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교양과 예능의 장르 구분이 점점 무의미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소통법을 갖춘 출연자들이 각광받게 마련이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패널이 인기를 누려왔다. 반면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재미가 우선이다. 하지만 교양과 오락이 섞여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을 줄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요즘 방송계에 코멘테이터(Commentator: 해설자 또는 논평자)라는 직종이 서서히 시청자에게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토크쇼 ‘시사랭크쇼 열광’과 KBS ‘명작스캔들’에 나오는 게스트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KBS ‘일요일밤속으로’도 이들 프로그램과 비슷한 지향점을 가졌었다.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문화심리학자답게 문화ㆍ예술ㆍ여가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풀어놓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그는 “신지식을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전달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엔사이클로피디어(백과사전) 한 권을 머릿속에 넣어둔 듯 어느 순간에도 이를 끄집어내 쓸 수 있는 잡학박사다. 연세대에서 심리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클래지콰이의 호란도 풍부한 독서와 경험에서 형성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며 ‘지적 유희’를 즐기는 코멘테이터다. 문화평론가 탁현민도 문화기획자로서의 현장 경험을 살려 생생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한다.


우리의 시사 프로그램은 대체적으로 무겁다. 토론 프로그램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해 논쟁을 유도한다. 또 토크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아 웃음을 만들고 자극적인 상황을 유도한다.

하지만 ‘열광’ 출연자들은 일본 지진이나 지나친 육류 소비, 비싼 대학등록금 등 시사를 논하면서도 무거움에 빠지지 않고 재미있고 쉽게 접근한다. 토론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입장을 날 세워 주장하며 반대편 입장과 부딪히게 해 팽팽함을 시청 포인트로 만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딱딱해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 ‘열광’이다.

‘명작스캔들’도 명작을 유쾌한 수다로 풀어내 예술의 대중화에 일조한다. 공동MC인 조영남과 김정운 교수, 분야별 보조진행자 4명은 모두 코멘테이터다. 두 MC가 명작에 대해 뜬금없는 이야기를 던지면 지식과 끼를 지닌 보조진행자들은 그 이야기가 의미 없거나 방만하게 퍼지지 않도록 정리해준다. 그래서 문화의 근엄함과 무거움을 과감히 벗어던지며 경쾌하고 발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예술 토크 버라이어티가 된다. 


접근하는 방식도 멘델스존의 음악은 누나가 대필해주었다는 등 사소한 내용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승식 PD는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 출연해 “우리는 미술ㆍ음악 등 명작을 시험을 통해 배웠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재미있게 보고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명작 아닌가”라고 말한다.

‘명작스캔들’에 나오는 코멘테이터들은 예술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예술감상법임을 가르쳐준다. 전문가들이 자기들만 아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야흐로 지식과 유희를 겸한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오는 듯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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