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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화>지고지순한 사랑, 천국에 닿다
죽은 아내 그리던 한 남자

엄마 위해 백방으로 뛰던 딸

할아버지 첫사랑 찾던 손자

각자의 천국을 만나는데…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갈까. 천국과 지옥은 과연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죽어서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신은 있을까. 

일곱 살 꼬마부터 심오한 학문세계의 철학자들까지 풀지 못한 수수께끼. 말을 배우고 철이 들 무렵부터 누구나 떠올리는 질문들이자 수십만년 인류가 답하지 못한 물음들. 충무로의 재주꾼 장진 감독이 새롭게 부여잡은 ‘화두’다.

장진은 신작 영화 ‘로맨틱 헤븐’에서 명쾌하게 답한다. 에두를 것도 없고, 심각할 것도 없다.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기분 좋게 웃음 한번 웃을 수 있다면 만사 OK다. 천국은 아름답고 하느님은 실존한다.

영화 ‘로맨틱 헤븐’은 아마 세상을 주관하는 유일자로서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첫 한국영화일 것이다. 이순재가 흰 정장을 차려입고 ‘사람’좋은 미소를 가졌으며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하느님’을 연기했다. 이쯤 되면 짐작하겠지만, 이 영화는 피곤한 삶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판타지다. 장단점이 있다. 관객을 마냥 따뜻한 ‘허그’로 맞아주는 장진은 왠지 낯설다. 날랜 잽같이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장진 특유의 엇박자 유머는 그만큼 줄어들고, 그 자리를 온화한 미소와 덕담이 채웠다.

남녀 3명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서로 상관없는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마주칠 뿐이다.

그 중 택시 기사인 지욱(김동욱)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청년이다. 교통사고로 천국에 오른 지욱은 할아버지가 평생 애타게 그리워했던 첫사랑을 만난다. 소녀 미미(김지원)의 어머니는 골수 이식 없이는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암환자다. 어머니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미미는 드디어 이식가능한 골수의 주인을 찾게 되지만 하필이면 애인을 죽인 혐의를 받고 도망 중인 남자다. 


변호사인 민규(김수로)는 아내와 사별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그의 삶의 추억과 의미도 모두 사라졌다. 그가 찾고 싶은 것은 하나. 아내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가방 하나다.

‘로맨틱 헤븐’은 장진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로 그의 ‘인장’ 같은 장면이나 개그가 빠지지 않았다. 경찰서에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모여 벌이는 왁자지껄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등장하고, 주연 김동욱, 김지원, 김수로 외에 조연인 임원희, 이한위, 김병옥, 이문수 등도 빠짐없이 한두 마디의 대사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하는 촌철살인의 웃음도 던져준다. 한두 명의 드라마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몇 가지의 이야기를 병치시키며 판을 벌여가는 장진 특유의 구성도 돋보인다.

결국에는 모두가 행복한 ‘판타지’로 결말을 맺는 방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판타지’에 추가 기울었다는 점이 장진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다면 다른 면모일 것이다.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은 CF스타 출신 김지원은 신인다운 신선함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모두 보여줘 가능성을 입증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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