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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 하이브리드형 진화"
'키워드로 읽는 2000년대 문학'...주요이슈 심층 분석

 '특히 유머가 많이 목격되는 것은 이 시대의 문학이 사회의 경직된 요구와 점차 거리를 두며 '즐기는 것'으로서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본문 중)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꼽는 우리 문학의 '문제'중 하나는 일본문학에 비해 부족한 '소재의 다양성'을 꼽는다. 독자의 입맛을 파고드는 '세분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혹시 편견이 아닐까.


<키워드로 읽는 2000년대 문학>을 읽으며 느끼는 단상이다. 책은 우리 문학을 키워드 별로 심층 분석을 시도했다. 탈국가, 역사, 윤리, 탈서정, 유머, 환상, 칙릿, 키덜트, 디스토피아, 세대, 가족, 빈곤, 논쟁, 문학상 등이 그것이다. 책을 통해 한국문학의 지형이 좀 더 폭넓고, 한편으로 자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분단과 독재, 자본의 속박 속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우리 문학은 다양한 '하이브리드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본격문학과 대중문학,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민족문학과 외국문학 등의 대립구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2000년대 문학 특징으로 유머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 이유를 이 책은 '사회의 경직된 요구와 점차 거리를 두며 '즐기는 것'으로서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봤다.


그 텍스트는 김애란과 박민규, 이기호다. 김애란 소설 '달려라, 아비'속의 '어머니는 농담으로 나를 키웠다'는 대사와 박민규의 '카스테라' 속 '일자리 구합니다. 똥이라도 먹겠습니다'라는 문장은 쓴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하느님 말씀에 절대 복종하는 '최순덕 성령 충만기'(이기호 작)에선 잔혹한 유머를 발견한다.


유머는 인간이 자신에게 다가올 고통의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다. 이 소설들의 배경엔 사회의 비참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그로인해 한마디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를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김애란의 유머에 동화된 우리가 세상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고, 박민규의 공상에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낀 우리가 현실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면, 어쩐지 서글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기호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현실에 개입할 의사를 지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13쪽


이 책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문학상'이다.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이 제도에 대한 잡음과 논란이 실려있다. 여기엔 심사위원단의 종신제와 파격적 상금을 앞세운 '동인문학상' 과 같은 대학 동문에게 유달리 후했던 '이상문학상' 시상 사례가 등장한다.


책은 "주류 문학상 제도가 작가들을 경쟁체제에 밀어 넣는 측면은 문인들의 축제이어야 할 문학상을 신자유주의의 또 하나의 권력 기제가 되도록 변질시키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책은 우리 문학의 현주소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동시에 '한국문학의 역사, 나아가 문학의 역사, 그리고 우리 실제적 영토의 역사를 묻고 살핌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좀 더 유연하게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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