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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3)춘천 실레마을 “난, 전철타고 김유정 고향으로 간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중략)’

약하게나마 봄 기운이 느껴지는 3월의 끝자락, ‘봄봄’ ‘동백꽃’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김유정(1908∼1937)의 고향, 실레마을을 찾았다.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에 위치한 실레마을은 지난해 12월21일 서울과 춘천을 1시간에 연결하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재차 주목을 끌었다. 실레마을엔 김유정역이 있는 까닭이다. 경춘선 복선전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위치한 김유정역은 과거 신남역으로 불리다가 지난 2004년 한국철도역사상 최초로 역명에 사람이름을 따서 지금의 김유정역이 됐다.

‘호반의 도시’춘천에서도 김유정역 일대는 춘천시내에 위치한 남춘천역과 춘천역 일대와는 달리 시 외곽에 바로 접해 있어 향후 개발 잠재력이 매우 큰 곳이다. 그 개발의 중심에는 물론 ‘김유정’이 있다.
경춘선 복선전철역

김유정역이 들어선 증리 일대는 복선전철 개통 전에도 철도 간이역이자 신동면소재지 여서 제법 규모 있는 마을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김유정 스스로 묘사한 1930년대 실레마을 모습이야 자취를 감췄지만, 그래도 금병산을 중심으로 정감 있는 전원풍경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 일대의 개발 콘셉트는 자연스레 ‘김유정+전원’이다.

춘천시와 김유정기념사업회는 춘천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신동면 증리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역 일원을 문화와 관광, 체험이 접목된 수도권 배후 관광명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른바 ‘실레이야기마을’ 프로젝트다.
김유정역 일대 지도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이 프로젝트는 국비 20억 원, 지방비 137억 원 등 모두 157억 원을 들여 오는 2014년까지 중점추진사업과 지속개발사업(2020년 종료 예정)으로 나눠 진행된다. 제1단계 중점추진사업은 △1930년대 저잣거리 △강원NRA비지터센터(김유정기념관) △야외공연장 등 이며, 제2단계 지속개발사업은 △예술인창작촌 조성 △작품의 무대 문학현장 복원 △특화거리 조성 등을 추진한다.

실레이야기마을의 주요 테마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1930∼1960년대 근대화하는 농촌마을 조성으로, 김유정이 고향에 머물며 야학 및 농촌운동을 벌이던 그 시대, 경춘선 철길 공사로 마을이 개화하던 시기의 시골마을이다.

사실상 춘천시생활권인 김유정역 일대의 투자가치적 측면은 당연히 교통망 개선에 따른 개발 호재다. 복선전철이 개통된 데다 불과 10㎞ 거리에 경춘고속도로 남춘천IC가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남산면과 춘천 시내를 연결하는 4차선 도로가 2011년 완공되면 남춘천IC 이용은 더욱 편리해진다. 강원도 영서지역 토지 전문 플러스공인 김원석 대표는 “김유정역 일대는 기존 춘천시내와 남춘천IC 주변의 남산면 광판리 기업도시 추진지역의 중간에 끼어 있는 교통 요충지”라며 “춘천의 개발 압력이 이곳으로 내려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개발 전망이 가장 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편리한 전원생활이 가능하면서도 향후 개발호재에 따른 투자가치가 기대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전원입지의 중심은 금병산(652m)이다. 가을이면 산기슭이 비단병풍을 두른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병산 산자락 곳곳은 향토색 짙은 김유정 작품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산자락에 조성된 실레이야기길은 김유정문학촌과 함께 멀리서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 웃음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등 갖가지 이야기가 1시간가량 동안 산책하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금병산 전체 산행은 3시간가량 걸린다.

복선전철 개통 전후로 이 곳 땅값은 향후 개발 기대감에 많이 올랐다. 물론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호가 위주의 상승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자는 “복선전철 개통 이후 땅주인들이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은 내놓지 않고 호가만 올리고 있다”며 “아직은 거래가 거의 끊겼지만 본격적인 봄이 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리에서 전원주택을 지을만한 입지는 김유정문학촌 뒤편과 금병초교 뒤쪽 산자락이 전망이 좋아 첫손 꼽힌다. 김유정역에서 4∼5km 떨어진 삼포유원지 주변도 괜찮다.

‘김유정역 전원벨트’는 인근 팔미리와 의암리까지 확장된다. 삼악산과 의암호 등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의암리 역시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전원생활 입지로는 부족함이 없다.

향토색 짙은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거두, 김유정과 함께 하는 전원생활이라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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