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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가 사회를 바꾸다’ 법학계의 토론 주제가 된 밥 딜런
현실 참여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포크 뮤지션이자 인권운동가인 밥 딜런의 노래가 미국 법학계의 토론 주제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포덤 대학의 ‘법과 윤리 센터’와 투로(Touro) 로 스쿨은 5~6일(현지시간) 이틀간 ‘밥 딜런과 법’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연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작곡ㆍ작사돼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밥 딜런의 노래 두 곡이 토론 소재다. 1975년 발표된 앨범 ‘디자이어’에 수록된 ‘허리케인’과 1964년 나온 ‘시대는 변한다’ 중 ‘해티 캐럴의 외로운 죽음’이다.

‘어느 밤 술집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피에 흠뻑 젖은 바텐더를 보고 소리를 질렀어, 이런 모두 다 살해됐어’라는 살인현장 묘사로 시작해 100행 가까운 긴 노랫말로 이어지는 ‘허리케인’은 살인혐의로 억울하게 투옥된 한 흑인 복싱선수의 사연과 석방 요구를 담은 곡이다. 

노래 속 주인공인 루빈 허리케인 카터는 어린 시절 친구를 성폭행하려는 백인을 칼로 찌르고 소년원에 갇혔지만 군에서 복싱을 배워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으로 승승장구하던 유망 복서였다. 

하지만 1966년 한 술집에서 백인 3명이 괴한에게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고 19년간이나 복역했다. 

그러나 1985년 연방법원은 당시 사건을 조사한 형사가 증거를 조작한 사실을 인정하고 루빈을 무죄로 석방했다.
 
‘인종차별’이 부른 비극으로 밥 딜런은 노래에서 사건 개요를 상세하게 묘사하며 “그(루빈)는 저지르지도 않은 일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한때는 세계 챔피언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 “루빈 같은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몇몇 바보들의 손에 맡겨질 수 있을까, 명백하게 모함을 당한 그를 보고 있자니 정의가 장난이 된 이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는게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어”라며 검사와 백인으로만 이루어진 배심원, 언론 등을 모두 비난했다. 

토론회를 기획한 포덤대학의 브루스 그린 교수는 일단 자신이 고교시절부터 밥 딜런의 열혈팬임을 밝혔다. 이어 “프랑크 시나트라를 좋아했던 내 부모님은 날 이해하지 못하고 밥 딜런은 그처 청승맞은 노래를 할 뿐이며 그를 듣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했지만 결국 내가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밥 딜런을 좋아하고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둘의 관련성을 학문적으로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훌륭한 연구와 교수는 즐기면서 학문적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데서 나올 수 있다, 그것은 법과 사회, 문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렌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대상이 된 또 다른 노래인 ‘해티 캐럴의 외로운 죽음’은 1963년 부유한 20대의 젊은 담배재배농이 술집에서 흑인 여종업원을 ‘검둥이’ 등 욕설과 함께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을 다룬 곡이다. 

이 노래에서 묘사한 사건의 일부 내용은 실제와 달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켄터키 대학의 법학교수인 리처드 H.언더우드는 “밥 딜런은 법과 시스템이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할 때 어떤 일(불행)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매우 강력한 노래들을 썼다”며 “그 때는 굳이 정확한 사실들에 얽매지 않고 시적허용을 누렸다”고 분석했다.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턴과 법’에 정통한 조지타운 로 스쿨의 애비 스미스 교수는 “밥 딜런은 실제의 객관적 사실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좋은 스토리를 방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며 “그의 노래는 아름답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밥 딜런은 아마도 판사보다는 변호사를 더 선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제공=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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