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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엽…솔직히 ‘나가수’로 얻기만 했다
탈락해서 되레 스타로 각광

‘정엽표 음악’ 짧고 굵게 어필

무대서 긴장 안하는 성격

“안떨어져야지” 부담 없어

윤도현 선배 퍼포먼스 보며

“멋내는 건 저런 것” 깨달아




가수 정엽(34)은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캐릭터, 따뜻한 옆집 오빠 같은 라디오DJ, 술자리에선 분위기를 휘어잡는 예능감 종결자, 그리고 음악적으론 감성 소울의 대표 주자.

그가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부각된 것은 화제의 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였다. 20년차 국민가수도 공포로 몰아갔던 기성 가수 간 서바이벌에서 첫 탈락자로 지목된 그는 떨어지고도 스타가 됐다. 방송을 통해 짧고 굵게 본인의 음악을 어필했고, ‘정엽표’ 감미로운 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었다. 행복한 도전을 마친 그를 5일 서울 논현동 녹음실에서 만났다.

“솔직히 한 번도 긴장한 적 없다.”

정엽이 진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실제 성격이 긴장이나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라, ‘나가수’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떨어지지 말아야지’하는 부담이 없었기에, 탈락 후에도 ‘심리적 부담에서 해방됐다’는 식의 표현은 어색했다고 말했다.

“저는 제 무대가 마음에 들었어요. 만일 무대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기분이 안 좋았겠죠. 제가 못해서 떨어진 거니까. 근데 다른 분들이 잘해서 제가 7위 한 거니까. 괜찮았어요.”


정엽은 그동안 방송에 많이 노출된 가수가 아니었다. 실제로 ‘나가수’를 통해 처음 접한 시청자도 적지 않다.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주말 황금 시간대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제대로 느꼈어요. 식당에 가면 다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고. 원래 20, 30대 팬은 있었지만 이젠 40, 50대 팬층이 늘었어.”

비록 7위로 탈락했지만, ‘나가수’ 최대 수혜자가 정엽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난 잃은 게 없다. 대중가수가 대중의 폭을 넓힌 것 정말 좋았다. 솔직히 얻기만 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오해했던 김건모 재도전 논란 당시 ‘정엽 표정 논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기사를 보고 웃었어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전 어찌할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는데, 그런 반응이 나오니 재밌었어요. 블로그에 팬들이 ‘귀를 닫으세요 정엽 씨’ 같은 글이 올라오면 ‘내가 이런 위로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죠. 해명을 하지 않은 건 너무 뜨거운 논란이었기에, 말 한 마디라도 와전될까 싶어 입닫고 있었어요.”

‘나가수’ 출연이 정엽의 매력적인 보컬을 알릴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노래가 대중적으로 호응을 못 얻었던 것은 퍼포먼스가 밋밋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저는 별다른 퍼포먼스 없는 편이라 깨달은 바가 많아요. 특히 윤도현 선배의 무대는 정말 자극이 됐죠. 중간 가수 평가에서도 1등을 줬어요. 멋있으려고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냥 멋있는 퍼포먼스. 윤도현 선배는 후자죠. ‘아, 무대에서 멋을 내는 건 저런 거다’ 싶었어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엽은 유머러스한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나가수’에선 주로 침묵을 지켰고 쿨한 모습이 부각됐지만, 실제 말수도 많고 예능감 역시 출중한 편이다. “예능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나가수’ 이후에 예능프로 섭외가 들어오고 있는데(웃음), 제가 잘할 만한 곳이면 가겠죠. 원래 성격요? 방송만 보면 잘 몰라요. 웃기는 거 좋아하고, 어떤 자리든 리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죠. ‘나가수’에선 대선배들 앞에서 감히 나설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조용하게 보였나봐요.”

이제 당분간 TV에서 정엽의 얼굴은 볼 수 없겠지만, 매일 라디오(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를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주말을 제외하곤 생방송을 고집하는 그의 라디오 사랑은 특별하다. 그 중 ‘별밤’ 뽐내기 출신의 이력도 있고, 어려서 끼고 살았던 라디오의 낭만을 잊지 못한다. 이번 ‘나가수’에 함께 출연한 김건모가 ‘별밤 뽐내기’ 출연 당시 반주를 해줬던 특별한 인연도 있다.

“라디오의 낭만을 늘 잊지 못해요. DJ는 정말 잘하고 싶고, 오래하고 싶은 일이죠. 라디오는 상상하게 만드는 책 같아요. 얘기를 들으며 상상하게 되고, 단둘이 청취자와 얘기하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있죠. 아날로그적인 느낌 그것만큼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건 없죠."

정엽은 오는 9월 두 번째 정규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10월 단독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는 지금 반응이 좋으니까 5, 6월 내는 게 어떻겠냐 제안하더라고요(웃음) 근데 아무래도 내실이 떨어질 것 같아서 9월에 내기로 했어요. 그냥 제 페이스대로. 정엽이 하던 대로요.”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인넥스트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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