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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 밝고 어려졌다?
한국영화가 밝고 부드러워졌다.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 영화가 확 줄었다.
2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등급심사를 받은 한국영화 59편 가운데 청불 등급 영화는 ‘나는 아빠다’와 ‘애니멀타운’ ‘심도’ ‘착한 살인자들’ ‘청계천의 개’ 등 5편(8.5%)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청불 영화는 전체 49편 중 ‘하녀’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등 10편(24.5%)이나 됐다. 전체 한국영화 중 청불 등급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로 급감했다.
이는 올 들어 뚜렷해진 관객의 취향과 영화 기획 경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153편의 한국영화 중 무려 40편이 청불 등급으로, 파격적인 성적 묘사와 잔혹한 폭력을 담은 작품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악마를 보았다’를 비롯해 ‘살인의 강’ ‘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 ‘파괴된 사나이’ 등 제목부터 살벌했다. ‘두 여자’ ‘나탈리’ ‘방자전’ 등은 여성의 나신은 물론 체모 노출이나 노골적인 성애 묘사 등이 담겼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아저씨’ 역시 폭력 묘사의 수위가 높은 청불 영화였다.
반면, 지난해 말 이후 ‘헬로우 고스트’를 시작으로 ‘조선 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과 ‘글러브’ ‘그대를 사랑합니다’ ‘위험한 상견례’ ‘수상한 고객들’ 등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나 경쾌한 액션, 최루성 강한 드라마 등이 흥행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몇 년간 한국영화의 대세였던 극단적인 성ㆍ폭력 묘사에 대한 관객의 염증을 반영한다. 또 전체 관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성ㆍ연령별로 관객층이 폭넓고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이 보장된 액션,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기획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물가상승 등으로 생활이 각박해지고 각종 사건 사고로 사회적 불안과 공포가 가중되면서 극장에서 말초적인 자극보다는 밝은 웃음이나 감동의 눈물, 경쾌한 액션 등을 찾는 관객이 는 것도 한국영화의 유행 변화에 한몫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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