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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PD 지상파‘엑소더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지상파 PD들의 종편행이 가시화됐다. MBC, KBS의 인력 유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것도 시청률을 좌우하는 예능국의 스타급 PD들이 대거 종편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방송사 내부의 타격이 예상된다.
MBC 간판 예능 ‘황금어장’의 여운혁 책임PD가 지난 20일 사표를 내고,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 jTBC로 이적했다. ‘위대한 탄생’을 제작한 임정아 PD도 25일 사표를 제출하며 jTBC행을 결정지었다. 두 PD의 이적은 후배 PD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임 PD는 ‘후배들이 닮고 싶어하는 PD’ 1위로 꼽힐 정도로 신망이 높았고, 여 PD 역시 특출한 예능감에 후배들을 잘 이끄는 선배로 유명하다.
KBS 예능국의 인력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이미 케이블PP CJ E&M으로 옮긴 데 이어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만든 김시규 PD가 jTBC로 이적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 PD와 ‘야행성’의 조승욱 PD도 사표를 제출하고 jTBC 종편행을 결정지었다. KBS 간판 예능 ‘1박2일’을 초기에 이끈 이명한 PD도 최근 CJ E&M으로 이적하는 데에 합의했다. 영국 연수 중이던 이 PD는 최근 잠시 귀국해 KBS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내부 관계자는 “분위기가 침울하다. 앞으로도 몇몇 PD가 종편으로 이적할 것이란 소문이 돌아, 예능국은 초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지상파’라는 안전지대를 쉽게 벗어나지 않던 지상파 PD들이 대거 이동하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 우선 거액의 계약금이다. jTBC는 현장PD에게 10억~12억원, 부장급 책임PD들에게 최대 15억원의 계약금을 제시했다. 거기에 연봉 2억원(부장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상파 PD들의 이적에 불을 댕겼다.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사 내부 관계자들은 “현 정권 들어 지상파방송사의 분위기가 냉각된 것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유분방하게 아이디어를 펼쳐야 할 PD들이 제작 과정에서 제약을 받으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개성 넘치는 성향의 예능 PD들은 더 심한 압박을 느껴온 게 사실이다. KBS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이탈했거나 이탈이 예상되는 PD 수는 KBS가 단연 최고”라며 “그동안 업무능력보다 정치력이 우선했다. 천안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온갖 관제성 특집이 쉴 틈 없이 예능국을 뒤흔들었다”고 밝혔다.
그 외 종편의 등장으로, 지상파 위주의 방송가 판도가 급변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SBS의 한 중견 PD는 “예전에는 똑같은 돈을 준다 해도 잘 가지 않던 지상파 PD들의 이적은 종편 등장, 케이블 영향력 확대 등 미디어 변화의 조짐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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