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의 단편을 묶은 ‘시선너머’는 탈북자, 외국인 이주노동자, 직장내 성희롱 피해 여성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가 행사하는 약자들에 대한 미묘한 폭력과 차별을 극화해냈다. 여기에 약자와 소수자들간의 교감이나 소통, 연대의 정서를 더했다. 도처에 도사린 감시의 눈길인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사적 정보의 노출과 통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올해 인권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다.
‘가을로’ 이후 개봉 신작이 없었던 김대승 감독은 김현주가 주연한 ‘백문백답’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이 단편은 직장 내 상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이 오히려 돈을 목적으로 한 파렴치한 협박범으로 몰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성폭행 조사과정에서 “원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냐” “남자친구와는 섹스를 하는 사이냐” 는 등 더 큰 언어폭력과 성적 모욕에 시달리고 은행대출부터 가족관계까지 사생활 정보가 낱낱히 까발려진다. 직장동료로서의 일상적 접촉까지 기록한 CCTV는 오히려 성폭행 피해를 반박하는 자료가 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이 연출한 ‘니마’는 한 모텔에서 일하는 몽골출신의 불법체류 이주여성과 동료인 한국인 여성이 정서적으로 연대하는 과정을 그렸다. 강이관 감독의 ‘이빨 두 개’는 학교 내 가벼운 충돌사고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나게 된 두 남녀 고교생의 애틋한 교감을 다룬 일종의 청춘로맨스물인데, 남학생은 평범한 중산층, 여학생이 탈북가정출신이다. 신동일 감독의 ‘진실을 위하여’는 병원에서 돈봉투를 도둑맞고 뱃 속 아이마저 유산된 젊고 가난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기서도 CCTV와 개인정보는 힘센 자들이 통제한다. 심이영과 김태훈이 주연을 맡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