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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인권영화시리즈가 벌써 다섯편의 옴니버스 영화와 두 편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1편의 장편영화까지 이르렀다. 그 중에서 28일 개봉한 ‘시선너머’는 지난 2002년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이 시리즈는 당대에 제기되거나 화제가 된 소재나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 속에 숨겨진 편견과 차별, 소통과 교감의 문제를 들춰냈다는 점에서 ‘영화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 역할을 해냈다. 영화팬들에게도 발랄한 재기와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이나 이미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 중견 감독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갖가지 연출스타일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5편의 단편을 묶은 ‘시선너머’는 탈북자, 외국인 이주노동자, 직장내 성희롱 피해 여성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가 행사하는 약자들에 대한 미묘한 폭력과 차별을 극화해냈다. 여기에 약자와 소수자들간의 교감이나 소통, 연대의 정서를 더했다. 도처에 도사린 감시의 눈길인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사적 정보의 노출과 통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올해 인권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다.

‘가을로’ 이후 개봉 신작이 없었던 김대승 감독은 김현주가 주연한 ‘백문백답’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이 단편은 직장 내 상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이 오히려 돈을 목적으로 한 파렴치한 협박범으로 몰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성폭행 조사과정에서 “원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냐” “남자친구와는 섹스를 하는 사이냐” 는 등 더 큰 언어폭력과 성적 모욕에 시달리고 은행대출부터 가족관계까지 사생활 정보가 낱낱히 까발려진다. 직장동료로서의 일상적 접촉까지 기록한 CCTV는 오히려 성폭행 피해를 반박하는 자료가 된다. 

장편데뷔작 ‘파수꾼’이 호평을 받으며 한국영화계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윤성현 감독은 코미디 ‘바나나 쉐이크’를 내놨다. 이삿짐배달회사에서 일하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청년이 고객의 귀중품 도난사고에 휘말리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았다. 피부색도 국적도 다르지만 결국은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동병상련의 처지로 속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졌다. 30분 남짓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발단에서 반전, 결말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흐름과 완성도가 뛰어나고 코믹한 소동과 대사도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 정재웅 뿐 아니라 네팔출신 검비르의 연기도 탁월하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이 연출한 ‘니마’는 한 모텔에서 일하는 몽골출신의 불법체류 이주여성과 동료인 한국인 여성이 정서적으로 연대하는 과정을 그렸다. 강이관 감독의 ‘이빨 두 개’는 학교 내 가벼운 충돌사고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나게 된 두 남녀 고교생의 애틋한 교감을 다룬 일종의 청춘로맨스물인데, 남학생은 평범한 중산층, 여학생이 탈북가정출신이다. 신동일 감독의 ‘진실을 위하여’는 병원에서 돈봉투를 도둑맞고 뱃 속 아이마저 유산된 젊고 가난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기서도 CCTV와 개인정보는 힘센 자들이 통제한다. 심이영과 김태훈이 주연을 맡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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