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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치만 달구다 ‘과속’ ‘써니’로 연타석 홈런 강형철 감독 “내 영화 주제는 행복”
야구로 치면 늦깎이로 방망이 잡고 벤치만 달구다 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다. 영화 ‘써니’의 강형철 감독(37)이 그렇다. 장편 데뷔작인 ‘과속 스캔들’로 800만명을 동원한 대형흥행작을 내고, 두번째 작품 ‘써니’도 지난 4일 개봉 이후 승승장구다. 일주일만인 지난 11일까지 108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간의 모든 삶과 행동이 행복을 위해서이지 않겠습니까. 제 영화의 주제는 행복, 그리고 인생의 아이러니입니다.”

강 감독의 언어를 빌자면, ‘써니’는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오며 다른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중년의 여성들이 칠공주파로 뭉쳐다녔던 찬란한 여고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역사, 자신의 이름으로 된 행복과 만나는 작품이다. 강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머와 이야기라고 했다. 데뷔 후 두 편 모두 자신이 창작한 시나리오.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은 “심각한 것을 싫어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쓸때도 각잡고 정색하고 공식에 따르지 않고 “~할랑가, 안 할랑가”는 식으로 구어와 농담을 섞어가며 자유자재로 줄달음한다. ‘써니’에서도 짐짓 긴장된 순간을 일순 무너뜨리는 기발한 농담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오래된 사진을 보고 ‘어머니한테도 청춘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됐죠. 또 고교시절 동네에 아주 조신한 누나가 있었는데 옛날에 칠공주였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아는 한 아주머니는 성함이 ‘춘화’였죠. 이 몇 가지 이야기가 더해져 ‘써니’의 아이디어가 됐어요.”

학창시절 성적은 변변치 않았던 강 감독은 그냥 점수에 맞춰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선택, 93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별 다른 진로선택을 못하고 방황하다 98년에 다시 연극영화과(용인대)에 들어간 늦깎이 영화학도였다. 그 사이에 군대 갔다오고 이민이나 갈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마침 같이 살던 연극영화과 친구가 “너 영화 좋아하고 책도 많이 보니 영화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혹해 진로를 바꾸게 됐다.

졸업 후에는 시나리오를 써서 이런 저런 공모전에 내 봤지만 다 떨어졌고, 연출부로 들어간 몇 편의 영화도 모두 제작이 무산됐다. 그래서 ‘과속스캔들’ 이전 강 감독의 ‘이력서’는 깨끗하다. 그러던 중 영화사(토일렛픽처스)에서 PD로 있던 후배가 “시나리오 써 놓은 것 있으면 보내봐라”고 해서 보여줬던 작품이 인연이 돼 ‘과속스캔들’에까지 이르게 됐다. 데뷔작의 성공으로 “차 한잔만 하자”는 제의가 충무로에서 쏟아졌지만 호흡을 가다듬다 다시 현장에 나선게 ‘써니’였다. 강 감독은 “시나리오는 유연하게 쓰지만 콘티는 손짓, 발짓, 얼굴색까지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며 자신의 연출방식을 설명했다.

영화 개봉 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공포는 무서워서, 멜로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 잘 못하겠지만 액션느와르나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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