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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희, 신세대와 어떻게 소통했나
이선희(47)는 특이한 가수다. 주류가수로서 방송활동을 별로 하지 않는데도 팬층이 확고하다. 최근 ‘놀러와’와 ‘해피투게더’ 등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신세대들도 이선희의 음악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선희가 불렀던 ‘J에게’와 ‘나 항상 그대를’, ‘한바탕 웃음으로’, ‘아! 옛날이여’는 다양한 세대의 음악적 취향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이승기는 제자라 그렇다 치고, 정엽과 홍경민 등과도 음악적 경험을 나누며 후배들에게도 비트와 리듬 등을 배우려는 자세는 높이살만하다. 후배들도 이선희의 노래를 즐겨부르고 있다. ‘위대한 탄생’만 해도 백청강이 ‘J에게’를 불렀고 TOP3 대결에는 ‘인연’을 부를 예정이다. 셰인은 ‘나 항상 그대를’을 불렀다.

이선희가 80년대 홍콩영화 최고스타 고(故) 장국영과 공연한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어린 세대들도 다소 놀랐던 모양이다. 그때는 ‘여자 조용필’이었다. 중년들은 이선희가 거의 늙지 않았다는 사실과 자신의 악기(보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중년들은 “나는 늙어가는데 저 언니는 하나도 안늙었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선희에 대한 여전한 인기는 ‘나는 가수다’ 열풍과 같은 ‘듣는 음악’의 부각에도 원인이 있지만 흔해빠진 행사에 출연하지 않고 철저하게 공연 위주로 대중과 소통해온 절제가 한몫했다. 그러면서 영화 ‘왕의 남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대물’ OST를 기획하거나 직접 부르며 영상과 결합한 음악 등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이선희는 90년대초부터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해 많은 음악적 실험을 해왔다. 초중기 사용하던 샤우팅 창법은 퍼뜨리고 읊조리는 절제와 관조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연륜과 그의 음악 스타일이 조화를 이뤄 여전히 절묘한 서정성을 획득한다. 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큰 힘이다.

80년대와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가요계는 조용필과 이선희라는 거장이 있었고, 발라드(변진섭 이문세) 댄스(김완선 박남정 소방차) 록(부활 시나위 들국화) 포크(시인과 촌장) 등의 지분도 만만치 않아 요즘 대중음악계보다 훨씬 다양한 음악이 유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선희도 90년대후반부터 2000년대중반까지는 대중의 기억에서 조금 잊혀지기도 했다. 가만히 서서 발라드를 부르는 방식이 음악자본의 단기적 이윤 추구 방식의 결과로 나타난 기획형 댄스가수라는 당대의 트렌드와 맞지 않은 부분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선희는 포기하지 않고 27년동안 25장의 앨범을 내놓는 저력을 발휘하며 ‘흘러간 가수’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박탈당했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기회가 이제 확실하게 온 것이다.

지난 2월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마친 이선희는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서울 세종 문화회관에서 단독공연을 갖는다. 전석 매진이다. 가창력과 연륜이 묻어나는 이선희의 활약은 가요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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