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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율인하를 부자감세로만 볼 수 없는 이유
현행 세법에 의하면 법인세 최고세율 22%와 소득세 최고세율 35%가 2012년부터 각각 2%포인트씩 내리게 돼 있다. 이러한 세율인하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부가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의총을 열어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4ㆍ27 재보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서민위주 정책 카드를 꺼내들면서 세율인하를 세수가 줄어드는 ‘부자감세’로 인식한 결과다.
세율인하 효과는 고액소득자(법인: 연 2억원 초과, 개인: 연 8800만원 초과)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내려야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최고세율은 오는 2012년에 가서야 내리게 돼 있다. 감세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세율을 내린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세율을 내리기도 전에 감세효과가 없다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대부분 전문가들은 감세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결국 세수를 증가시킨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1981년 집권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불황 타개책으로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도입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개인소득세 감면,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정책은 주식시장이 2000년까지 호황을 누리는 토대가 됐고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디딤돌이 됐다.
지금은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다. 세계 각국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 유치를 위해 ‘세율인하와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포퓰리즘적 잣대로 세율을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이 2001년 30.2%에서 2005년 26.1%, 2009년 24.0%로 낮아지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 경쟁국인 대만은 지난해와 올해 법인세율을 8%포인트 내려 17%가 됐다. 싱가포르도 17%, 홍콩은 16.5%까지 낮췄다.
최근 우리나라는 해외와 연관된 분야에서 부정적인 징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자금 유출, 해외에 대기업 공장 건설 증가,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투자 부진, 해외 부동산투자 급증 등이 대표적 사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우리나라가 세율인하와 규제완화 정책에서 경쟁국에 뒤진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지 따져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여당의 새 지도부는 세율인하 철회로 더 걷히는 세금을 서민을 위한 복지에 쓰겠다고 한다. 복지예산과 재정건전성 확보는 세율을 올리는 방법이 아니라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는 한편 고소득자 중심으로 세원(稅源)을 발굴하는 등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내린다’는 정부의 세제운영 방향에 맞고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율인하=부자감세’라는 포퓰리즘(populism)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비경제적인 논리로 높은 세율을 고집하면 국내 자본과 인재가 세율이 낮은 쪽으로 빠져나가고 외국 자본과 고급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복지비용과 재정건전성 확보도 어려워진다.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본다. 기업의 경쟁력 및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직결된 세율인하를 부자감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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