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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약이 무효, 강남 재건축 시장
‘서울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 주민들은 물론이고 부동산 업계 및 전문가들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를 두고 하나같이 하는 얘기다. 최근 서초구의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지은 지 40년이 다 돼가는 이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향한 일보전진을 이뤄냈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웬만한 호재에도 미동조차 않고,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만 역설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반포주공 1단지엔 안전진단 통과 소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이 아파트의 첫 입주시기는 1973년. 극도로 노후화된 주거 환경을 감안하면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도 들썩 거릴만도 한 상황. 하지만,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 어디에서도 “일할 맛 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시장 반응은 썰렁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일단 매물 자체가 별로 없는 데다 아직까지 선뜻 나서서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이야 재건축 관련 동향을 계속 지켜봐 오면서 매수시점을 노리고 가격 추이를 물어오기도 하지만 거래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이 단지에서 매매가 이뤄진 건수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시세 반등 동력이 있어야 따라 움직이는 매수자들의 심리상 ‘거래 실종’ 상황은 더욱 오래 지속될 것이란 게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반포주공 재건축 단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포주공아파트, 은마 아파트, 고덕주공 아파트 등 곳곳의 재건축단지들에서 사업 진척을 알리는 호재가 전해지고 있지만, 호가가 반짝 상승한 후 하락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호재에 극도로 둔감해진 모습이다. 더구나 거래량 또한 급감하고 있다.

지난 3월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이 통과되면서 하룻밤 새 3000만원 까지 호가가 올랐던 개포 주공 단지의 시세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직후 3000만~4000만원 가량 반짝 상승했지만, 시세는 어느새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강동구 고덕 재건축 단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고덕시영아파트와 고덕주공4단지가 잇따라 사업승인을 얻어냈지만 시장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통상 사업승인은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으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점이지만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급기야는 3.3㎡당 3000만원 선이 붕괴되기에 이르렀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2986만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12월4일 2999만원 이후 처음으로 2000만원대로 회귀했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이처럼 재건축 시장이 연일 약세를 보이는 데는, 지난 3월 부활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불안감,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불확실성 등 여전히 각종 규제 변수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더불어 강동구 재건축 단지들에 직격탄을 가한 것처럼 정부의 무분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낳는 부작용 또한 재건축 시장의 약세에 무시 못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상 가상으로 정부가 ‘3ㆍ22 대책’에서 내놓은 취ㆍ등록세 감면 방안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혼선을 빚으며 그나마 기력을 유지해 나가던 거래 시장의 호흡기를 떼어버렸다. 이를 두고 일선 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대책의 역설’, ‘거래 저지 대책’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한 중개사는 “대책 발표를 앞두고는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책 발표 후에는 법안 개정의 불확실성으로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단번에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ㆍ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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