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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글맞은 80년대여, 굿바이!
폭력 난무했던 한 시대 그린 영화 ‘굿바이 보이’

소년, 정글같은 세상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다




당신들의 80년대는 무엇이었습니까.

한국영화가 묻는다. ‘위험한 상견례’의 어처구니없는 편견(지역감정) 혹은 아이러니의 시대였을까, ‘써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했던 학창시절’, 그래서 역설의 시간이었을까.

영화 ‘굿바이 보이’(감독 노홍진, 2일 개봉)는 80년대를 ‘무능한 아버지의 시간’이었으며 ‘어머니의 수난 시절’로 기억한다. 그리고 소년은 도처에 도사린 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하며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1988년 겨울, 서울의 변두리로 보이는 한 허름한 동네로부터 시작한다. 중학생 진우(연준석)가 주인공이다. 소년의 아버지(안내상)는 돌림병 앓듯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술주정뱅이에 백수로 지내는 무능한 가장이다.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김소희)의 삶은 힘겹다. 연례행사 치르듯 보따리 싸서 문턱을 넘지만 뻔뻔한 지아비와 얽힌 악연의 끈은 여인의 발길을 매번 되돌린다. 여고생인 맏딸, 소년의 누이는 아버지를 혐오하고 어머니를 무시하며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날 궁리뿐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소년 진우는 어머니가 가여워 직접 돈을 벌기로 한다. 신문배달을 시작한 소년은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자신과 달리,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사는 친구 창근(김동영)을 만난다. 창근은 소년의 또래지만 술, 담배는 물론이고 제법 어른스런 말투로 세상에 맞서기도 하는 조숙한 존재다. 소년은 부랑자 같은 아버지와 생계난에 시달리다 결국은 술집까지 나가게 되는 어머니, 동네 깡패들과 이래저래 얽힌 친구 속에서 차츰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간다. 


민정당원인 아버지, 시위에 가담한 건넛방의 대학생 누나, 갈기 휘날리는 말 로고의 청바지 브랜드, 프로야구 최고 인기 선수였던 박철순ㆍ이만수 등 당시 시대상을 재현한 영화 속 장치들이 흥미롭다. 경쾌한 분위기의 ‘위험한 상견례’나 ‘써니’와는 달리, ‘굿바이 보이’는 80년대 우리 사회 도처에 존재했던 일상적 폭력을 비껴가지 않는다. 진지하고 사실적으로 한 시대를 성찰하지만 안정적인 화법과 밀도 높은 이야기로 극적인 재미도 잃지 않았다. 고르게 분배된 주ㆍ조연들의 연기도 앙상블이 좋다.

과연 우리에게 80년대는 어떤 의미일까. 그 무엇이든, 평범한 이들에게 80년대란 멋들어지게 기타를 품에 안은 장발의 청년들이 이문세의 ‘소녀’를 부르고(굿바이 보이), 머리에 잔뜩 힘준 소녀들이 나미를 열창하며 ‘빙글빙글’ 돌고(써니), ‘세월이 가면’을 읆으며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던 때(위험한 상견례)가 아닐까. 교실에선 ‘나이키’ 운동화와 ‘조다쉬 청카바’면 ‘짱’을 먹던 시절 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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