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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반짝이는’ 김현주, 주문을 걸다
주문을 걸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예쁘다’하고. 배우 김현주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주문이었다.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김현주의 15년 연기인생 안에는 그동안 대중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녹아났다. 김현주가 1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방문했다.

여전히 환한 미소의 반짝이는 여배우 김현주가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막연히 스타가 되기를 바라던 학창시절, 독자모델로 발을 디딘 것이 계기가 돼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게 된 김현주의 삶은 여기까지는 그리 큰 굴곡도 실패도 없어보였다. 실패라 한다면 방송을 통해 스스로 밝힌 ‘잡지모델로 지원했으나 독자모델이 됐던’ 것이 가장 크다. 결국 독자모델로 얼굴을 알린 것이 단 1년 만에 드라마, VJ, 광고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데뷔 2년만에 그녀는 ‘신데렐라’가 됐다.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할 ‘국물이 끝내줘요’ 광고를 비롯, 이름만 대면 생각날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김현주였다.

데뷔 2년만의 초고속 성장, 김현주는 당시를 떠올리며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골 소녀가 이정도의 성장을 했으니 금세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당시 “하루에 네다섯개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면서 “초고속 성장을 했고, 그 때엔 ‘드라마 같은 건 내 위주로 쓰면 안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변해있었다”고 했다. ‘피곤하다’는 말조차도 건방지게 들렸을지 모를 만큼 성장한 시기였고, 그 때 김현주에게 무성하게 들렸던 이야기는 ‘버릇없다’ ‘성의없다’ ‘싸가지없다’로 귀결됐다.

‘초고속 성장’을 했지만 당시를 돌아보면 김현주는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던 시기”라고 떠올렸다. 그 때부터 김현주는 연기자로 한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드라마 ‘덕이(2000)’를 통해 사투리를 연기하고, 사극 ‘상도(2001)’로 입지를 다졌다. ‘그 여자네 집(2001)’을 통해 청춘스타 김현주의 인기를 재확인했고, ‘유리구두(2002)’를 통해 연기잘 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슬럼프는 2004년 ‘토지’를 통해 찾아왔다. ‘토지’를 통해 긴 호흡의 사극을 쉼없이 달려오며 호평받았던 김현주이지만 그 때를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김현주는 회상했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너는 대중 앞에 나갈 자격이 없어. 나가면 안돼”라는 생각에 자기 자신에게 ‘벌을 준 시기’였다.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김현주는 더이상 없었다. 자신감과 당당함에 ‘건방지다’는 소리를 안고 살던 김현주는 사라지고 어느새 작은 세계에 갇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던 김현주만이 이 시기에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어느날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기억에서 지워진 채 가장 밑바닥을 비벼대며 버티고 있는 날들이었다. 처음으로 주어진 형벌, ’2년의 공백기’, 그것은 김현주 스스로 긴 터널을 빠져나와야했던 시간이었다.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2007년 다시 돌아온 김현주의 복귀작 ‘인순이는 예쁘다(극본 정유경, 연출 표민수)’였다. 전과자라는 이유로 매번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인순이, ‘지하철녀’라는 이름으로 스타가 되지만 과거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숨어버려야 하는 주인공을 연기하며 김현주는 그녀처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예쁘다’라고 주문을 걸게 됐다고 한다. 스스로도 위안받고 누군가에게도 위로를 준 진심의 연기였고 김현주는 당시 이 드라마를 통해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됐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반짝이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MBC)’을 통해 김현주는 자신이 여전히 김현주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 한 장의 연기인생을 써내려가고 있는 김현주의 진솔한 이야기가 전파를 탄 이날 방송은 14.7%(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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