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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최초 고환보정수술 마친 오랑우탄 백석이
고환 수술을 마쳤습니다. 배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왼쪽 고환의 제 자리를 찾아주는 수술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동물 고환보정수술이었다네요. 평소 제 건강 상태를 봐 주시던 강남자이병원 비뇨기과에서 무료로 해주셨어요. 감사드립니다.

사람 병원에서 저같은 오랑우탄에게 수술해 준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랍니다. 저와 사람 몸이 구조적으로 꽤 흡사해서 가능했던 거겠죠?

저는 2009년 5월 27일생. 서울동물원의 막내 오랑우탄 백석입니다. 지난 1909년 11월 1일 개원한 서울동물원이 100주년을 맞는 2009년 태어났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수술받는 백석이


제 아빠는 85년생 아롱이, 엄마는 68년생 오순이랍니다. 그 아래에서 첫째 누나 보미가 2003년 태어났고, 2005년 둘째형인 보람이가, 2009년 막내인 제가 태어난 겁니다. 이렇게 우리 오랑우탄 가족은 5명입니다. 그밖에 서울동물원에는 해외에서 ‘반입’된 오랑우탄 두 마리가 더 있어요. 수컷인 보석이와 암컷인 보라인데, 남매 지간은 아니구요. 둘 다 2002년생 동갑입니다. 그러니까 총 7마리가 여기서 함께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제 증상은 출생 후 1년쯤 지난 2010년 7월 발견됐어요. 제 걸음걸이가 이상해서 X-ray를 찍어보니 엉덩이뼈 근육이 틀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오른쪽 고환은 괜찮은데 왼쪽 고환이 배 안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이대로 두면 불임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네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의 번식을 위해, 또 앞으로 살 날이 50년 이상 남은 제 건강과 행복을 위해 수술은 불가피했습니다.

고환부위 CT사진
회복 중인 백석이


사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동물 고환보정수술.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었죠. 사람들은 이 수술을 ‘백석이 남성 찾아주기 공동프로젝트’라고 불렀습니다. 발견 당시 제가 너무 어려 수술 날짜는 5월 3일로 잡혔어요.

한 달 전인 수술 당일, 동물원의 수의사 3분과 강남자이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3분이 2시간에 걸쳐 제 수술에 참여하셨어요. 뱃속에 있는 왼쪽 고환을 아래로 내려서 묶는 수술이랍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거 같아요. 수술 후 저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제 전용공간인 서울동물원 유인원관 놀이방으로 돌아와 지내고 있는데, 사육사분들의 헌신적인 간호 속에 열흘 쯤 지나자 상처 부위가 다 아물었어요.


제가 궁금하시다구요? 3일 오후 2시 서울대공원 장미축제에 놀러오세요. 저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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