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 자산을 늘리는 등의 외형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훨씬 까다로워 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과 농협 등 6개 시중은행의 수석 부행장과 전략담당 부행장 등을 불러 하반기 영업점 경영성과평가(KPI) 기준을 마련할 때 외형 성장과 관련된 항목을 손질할 것을 주문했다. 대출과 수신, 펀드, 방카슈랑스, 카드, 퇴직연금 등 평가항목의 비중을 줄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대출 항목의 배점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평가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배점이 높을 경우 영업점에서 대출 자산을 무리하게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결국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분기 은행의 영업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과당경쟁의 여지가 있었다”며 “하반기 KPI 조정 시기에 맞춰 책임자급의 은행 담당 임원들을 불러 자제토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KPI 항목 가운데 외형 확대를 조장하는 일부 항목을 손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주문대로 평가항목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최초로 총수신 200조원을 돌파한 국민은행은 최근 실무작업반(TF)을 구성해 KPI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120점과 80점인 대출과 수신의 KPI 배점을 각각 10점 정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의 관련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 관련 항목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각 영업점의 특성을 감안해 방카슈랑스와 펀드 등 항목의 배점 삭감폭을 영업점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은행 자산인 대출 관련 KPI 배점이 줄어들면 영업점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 영업을 자제하게 돼 하반기에는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하반기에는 상반기 때 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팀/ 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