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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시대發 프랑스 침공…’성공은 이미 예약’
샹송의 고향,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힙합음악 시장, 가장 핫한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즐비한 곳,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상징적인 도시’ 프랑스 파리에 K-POP이 입성했다. ‘작지만 위대한 첫 걸음’을 넘어선 K-POP의 열기는 이미 거대한 파도를 이루기 시작했다.

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는 동방신기 샤이니 f(x)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그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골공항은 한국 일색이었다. 태극기가 흩날렸고, ‘소녀시대 So Nyeo Shi Dae’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청소년들이 즐비했다. ‘SHINee 사랑해요’ ‘f(x) 짱’이라는 플래카드도 당연한 장식물인 것처럼 눈에 띄었다.

이미 예고된 공연에 참석하기 위한 한국 가수들의 방문이었다. 2010-2012 한국 방문의 해 기념 ’SMTOWN LIVE WORLD TOUR in PARIS’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드골 공항에서의 환대에 대해 SM 관계자는 “공항 경찰 30여명과 경호원이 동원됐음에도 동방신기, 샤이니, 에프엑스가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폭발적인 열기였다”고 전해왔을 정도다.

하루 전날 입국한 소녀시대와 함께 이제 이들은 10, 11일로 예정된 ‘SM타운라이브’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학 서막이 열리며 K-POP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러내기까지는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이들의 공연에 맞춰 프랑스의 르 피가로 신문은 9일(현지시간)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의 첫 공연에 대한 전망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르 피가로는 ‘한류, 파리 제니트 공연장 강타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POP 가수들의 프랑스 입성을 환영했다. 

신문은 “한국의 K-POP 전사들이 아시아를 평정하고 유럽 공략에 나섰다. 파리는 한국 가요계 젊은 스타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예매 시작 후 15분 만에 모든 티켓이 판매된 이번 공연은 이미 성공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앞서 4월26일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의 인터넷 티켓 판매는 15분만에 매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티켓을 구하지 못했던 유럽팬들은 5월1일 파리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 앞에서 공연 연장 시위를 벌였다. 문화강국 프랑스에 침공한 K-POP 스타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외적으로 드러나 한국까지 전해진 첫 사건이었다.

신문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공연의 성공을 전망했고, 이날 공연에서 주축이 되는 한국가수들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먼저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날씬한 다리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20세 전후의 인형같은 9명의 소녀로 이뤄진 그룹’이라고 설명하며 ’이들의 허리 율동은 이미 일본과 중국, 태국팬들을 매료시켰다’고 했다. 샤이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에 대해서는 유니섹스 복장의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프랑스 소녀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르 피가로의 평가처럼 아시아를 휩쓸기 시작한 한류가 유럽까지 안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투브, 아이튠즈 등의 디지털 미디어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들이 인터넷의 각 채널들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시공을 넘나들며 보여지는 세계의 관심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 몇 해 전 소녀시대의 ‘GEE’나 원더걸스의 ‘텔 미’ 등이 유투브 공간을 통해 유럽 소녀들의 입에서 정확한 한국어로 불려지던 영상은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최근 멕시코의 한 클럽에서는 2NE1의 ‘Can’t nobody’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요즘말로 ‘떼창’을 드높이는 모습은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동남아를 넘어 유럽에서는 한국 아이돌그룹의 이른바 ‘짝퉁그룹’들이 쏟아졌고 표절도 서슴치 않았다.

샤이니의 경우 ‘캄보디아판 링딩동’ 2NE1의 경우 ‘캔디마피아’, 소녀시대를 따라한 ‘아이돌걸스’, 슈퍼주니어를 모방한 ‘슈퍼보이’가 중국 태국 대만 캄보디아 등지에서 등장했다. 세르비아의 인기 가수 옐레나 카를루사(Jelena Karleusa)와 베네수엘라 그룹 지바오는 각각 샤이니의 ‘루시퍼’와 동방신기의 ‘미로틱’을 리메이크했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노래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여지는 일련의 사례들은 유럽 각국과 중남미 지역에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한 K-POP 열기의 방증이었다.

그 열기에는 이유도 있다. 한국의 아이돌그룹은 외모와 춤과 노래 실력을 두루 갖춘 가수라는 점이다. 피부색과 감성은 다르지만 아이돌그룹의 실력과 외모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여기에 또 한가지, SM타운 소속 가수들의 노래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단지 한국적 취향만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90년대 발라드곡이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정서로 자리했던 시절을 지나자 현재 가요계에 뿌리내린 것은 멜로디와 리듬, 사운드와 비트가 조화된 음악이었다. ‘후크송’이 유행처럼 번져가던 때보다 또 한 발 앞서 나갔다. 

그 중심에는 대형기획사들이 시도한 해외 작곡가들과의 적극적인 공동작업도 큰 몫을 했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전세계의 작곡가들을 영입해 음악작업을 지속해왔다.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은 미국 출신의 busbee와 영국의 Alex James, 스웨덴 출신의 Kalle Engstrom의 작품이었다. 팝의 본고장 영국의 작곡가와 다양한 음악이 산재된 북유럽의 작곡가들은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f(x)의 곡들을 작업하며 세계 각국 음악팬들의 입맛을 맞췄다.

잘 알려진 바대로 세계적인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과 작업하는 2NE1, 마이클잭슨의 음반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참여한 걸그룹 라니아 등이 세계시장에서 날개를 펼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도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와의 조우라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국한돼 위기론마저 대두되던 한류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건너갔다. 소녀시대발(發) 프랑스 침공으로 쓰여지는 이번 공연을 주축으로 신한류는 이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 열기의 뚜껑은 지금 열린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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