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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희 선임기자의 컬처프리즘>차도녀들 무장해제 시키는 속깊은 내공 `여자 유재석'
중년 여성의 사춘기 추억담을 그린 영화 ‘써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요즘 방송가에서도 각계각층 여자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수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현대판 기생(‘신기생뎐’), 입주형 가사도우미(‘로맨스타운’)의 뒷담화 풍자가 오가고,오프라 윈프리쇼가 연상되는 스토리온의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의 평범한 주부 출연자들은 우물가 평판을 만들어 낸다. 주말 심야시간대(일요일 0시 30분)에 방송하는 tvn의 음악토크쇼 ‘러브송’은 자존심 강한 여자 스타들의 화려한 현재 뒤에 사랑, 이별 같은 누구나 겪는 일상과 솔직한 고백에 힘입어 시청자의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내숭 이미지의 여자 스타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데엔 MC 오현경의 부드러운 눈빛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대화가 한 몫 한다. 방송은 스튜디오가 아닌 카페에서 녹화된다. 실제로 와인잔을 부딪치고, 영화나 드라마 OST처럼 출연자가 사연이 있는 음악을 직접 선곡하기 때문에, 속깊은 이야기를 꺼내기에 제격이다. 초대 손님들은 스타가 아닌 ‘여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통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얘기하며 소박한 감동에 울고 웃는다. 오현경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경청하는 진행 스타일로 ‘여자 유재석’이란 별명이 붙었다.

지난 12일 출연한 기상캐스터 출신 안혜경은 뇌경색으로 쓰러져 언어장애를 겪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을 꺼냈다. 간병인으로부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를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는 그의 말에 토크쇼 자리는 한순간에 ‘딸들’의 눈물 바다가 됐다. 아이돌그룹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김진우와의 이혼 후 처음 말문을 연 김준희는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립다”고 고백했다. 김준희는 고 서지원과 고 박용하의 친구로서 죽음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던 친구를 뿌리치고 나온 후, 죄책감으로 오랫동안 괴로워 했던 마음도 털어놨다.

이 프로에 출연한 스타들은 누구에게나 ‘내 얘기’일 수 있는 사연을 밝힌다. 가난하고 고생이 뒤범벅이었던 과거사도 있고, 벼랑 끝에서도 주위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현실적인 문제도 엿볼 수 있다. 오현경은 초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신의 불행했던 경험을 꺼내놓음으로써 공감을 전하고, 친구가 될 것을 약속한다. 신설된 지 두 달 남짓 된 ‘러브송’의 1회 초대손님부터 현재까지 모두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데뷔부터 재기에 성공할 때까지 시련이 남달랐던 오현경이 출연자와 진심을 나누는 ‘러브송‘은 기존 토크쇼와는 많이 다르다. 

오현경은 1989년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굴곡이 많았다. 연기자로서 큰 평가를 받지 못했고, 치과 수술의 실패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을 당했다. 재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가 대형 스캔들이 불거져 생각지도 못한 은둔에, 생활고마저 겪었다. 귀국 후 탈출구가 될 수 있었던 결혼 생활은 남편 옥바라지 끝에 파경으로 끝나는등 짧은 행복에 비해 대가가 컸다. 그랬던 그가 2007년 ‘조강지처클럽’을 시작으로 복귀에 성공해 ‘지붕뚫고 하이킥’ ‘글로리아’에 이어 요즘 아침드라마 ‘미쓰 아줌마’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선 싱글맘 역할로 열연 중이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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