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의 전재홍(34)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수하에서 함께 연출부를 했던 장훈 감독이 스승과의 약속을 깨고 메이저영화사와 계약했을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감독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에서 “장 감독이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김 감독을 “내 영화인생의 아버지”라고 꼽는 전 감독으로서도 선배인 장훈과의 관계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전 감독은 “엊그제 (장)훈이형에게 ‘풍산개’ 시사회에 오라고 얘기했다”며 “먼저 전화를 걸긴 힘들었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감독도 장 감독을 ‘용서’할 수 있을까 묻는 질문에 전 감독은 “김 감독님만 알겠지만, ‘내 제자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전재홍 영화'풍산개' 감독.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전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 윤계상, 김규리 주연의 ‘풍산개’는 휴전선을 넘나들면서 편지와 사람, 물건을 전달하며 사는 한 남자와 배달 대상이 된 북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코미디, 액션, 멜로가 섞인 이 영화는 돈의 노예가 된 남과 이념의 꼭두각시가 된 북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희비극을 과감한 극전개와 빠른 속도감으로 그려냈다. 전 감독은 “30대의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나다운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