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류 언론들이 벌써부터 K팝에 부정적인 논조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 가수들의 성공적인 파리 공연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코리아 인베이전’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반면 현지 언론들은 이를 하나의 ‘무브먼트’로 보는 견해와 함께 화려함 속의 어두운 면을 함께 지적하고 나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14일 K팝의 빛나는 성공의 이면에는 어린 가수들에 대한 ‘노예계약’이라는 불평등 전속계약이 바탕이 됐다고 보도했다. 동방신기 전 멤버들의 13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너무 길고 수익금 분배도 적어 소속사를 고소했던 사례까지 언급하며 잘못된 관행들을 지적했다.
앞서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한국 정부가 자국의 이미지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아이돌 가수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철저하게 기획돼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기획형 아이돌 양성 시스템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여서 좋게 보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에 이르는 합숙제도 자체는 유럽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류가 확장되면 반한류와 혐한류가 나타나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개인과 자율을 중시하는 서유럽인의 역사문화가 집단과 타율이 강조되는 아이돌 양성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예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류 전문가들은 대형 기획사의 상업적ㆍ산업적인 계산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이 나도록 하는 세련함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이돌 가수가 테크닉만 뛰어난, 마음과 정신이 없는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트레이닝제도를 비롯해 음악 제작과 마케팅 방식에 세련됨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K팝 한류가 아이돌 음악에 그치지 않도록 장르나 스타일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