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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황구구타범 잡아도 고작 500만원이하 벌금
SBS TV의 ‘TV동물농장’이 시작 당시의 예상을 깨고 10년 넘게 롱런하며 최근 500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동물의 왕국’과는 달리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소중한 동물 관련 프로그램으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구요.

처음 동물농장은 일요일 오전에 귀여운 애완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불과했는데요. 점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동물의 애환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썽 많은 동물의 성격이나 습성을 고쳐주기도 하고, 생명의 위기에 빠진 유기 동물들을 구조하기도 하였으며, 파란눈의 동물심리 전문가 ‘하이디’가 등장하여 말 못하는 동물들의 속 얘기를 인간들에게 전달해 주면서 일요일 아침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TV동물농장’이 롱런하면서, 요즈음은 좀 더 철학적인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유기된 동물, 그 중에서도 인간보다 더 인간에게 충성스러운 ‘개’들이 전국 곳곳에서 유기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는데요. 모든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배반’을 할 줄 아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추악한 배반자의 모습에 정점을 찍어준 사건이 최근 발생한 ‘황구’구타 사건입니다. TV동물농장에 동물학대 제보가 들어와서 현장을 나갔던 취재진에 의해 피를 흘리며 극심한 고통으로 쓰러져 있는 혼혈 진돗개 ‘황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유 없이 각목으로 구타당해 안구가 돌출됐으며 눈을 감싸고 있는 뼈는 부러졌다. 거기에 턱은 심하게 쪼개져 위아래로 어긋나 있는가 하면, 이빨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입 옆에는 동전 크기만한 구멍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때린 사람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 하고, 보는 사람들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필자가 어제 직접 병원을 찾아가 ‘황구’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안구적출 수술 후 봉합수술이 이루어졌고, 턱뼈도 조금 나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슬픈 모습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다가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황구’가 부들부들 떨면서 두려움을 보이는 점인데요. 인간에 대한 분노와 ‘황구’에 대한 연민이 교차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전해져왔습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외침이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범인을 잡아도 500만원이하의 벌금형 처벌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논의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선진국과는 달리 너무나 쉽게 모피 패션쇼가 성대하게 펼쳐지는 한국. TV동물농장은 동물의 권리, 동물의 자유를 생각하게 하면서 인간 존엄성의 완성이 약한 사람들의 보호를 넘어서 동물보호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계속해서 말 못하는 동물의 유일한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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