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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수 나가수 탈락? "원래 자리가 당연..."
가수 김범수는 요즘 뭘 해도 칭찬을 받는다. 대중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갑자기 관심을 받으니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다. 실감이 잘 안 나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한다. 칭찬을 듣다 보니 더욱 신나서 계속 새로움에 도전한다. 김범수는 노래를 잘 부른다는 뮤지션들이 대거 모인 ‘나가수’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감, 자신의 컬러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데 있다. ‘김범수의 시대’가 열렸다는 말도 그 점에서 기인한다.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있는 가수다.

김범수는 이전에도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라는 평을 받았다. ‘나가수’에서는 가창력이 새삼 재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발라드만 부르던 가수가 록, 댄스, 소울 등 장르를 넘나들며 파격적인 퍼포먼스까지 펼쳐 ‘비주얼 가수’로도 우뚝(?) 섰다.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극과 극(?)의 변신이 이뤄진 셈이다. 이제는 “얼굴을 너무 믿고 노래를 소홀히 한다”는 농담까지 들을 정도다.

김범수는 최근 7집 ‘솔리스타(SOLISTA)’의 파트2 음반 ‘끝사랑’을 발표하자마자 각종 음원을 장악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음반 표지에는 가수 생활 13년 만에 처음으로 김범수의 얼굴이 등장했다. 음반 재킷에 나온 자신의 사진을 보고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했다. 이 어마어마한 변화를 두고 “나는 이제 가수 3개월차”라고 말했다.



▶데뷔부터 ‘나가수’ 출연 전까지

김범수는 1999년 1집에서 얼굴을 잠깐 드러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1집 타이틀곡 ‘약속’을 애잔한 목소리로 불러 대중의 가슴을 파고들며 신인답지 않은 가창력이라는 반응은 얻었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2000년 발표된 2집 ‘하루’부터는 아예 ‘얼굴 없는 가수’ 전략을 썼다. 김범수의 얼굴은 뮤직비디오가 대신했다.

캐나다에서 찍은 뮤직비디오는 송혜교와 송승헌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예쁘게 담아 대박을 쳤다. 김범수는 기분이 묘했다. “당시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가 대세였고 2집 반응도 뮤직비디오 덕분에 매우 좋았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섭섭했다. 내가 부른 노래라는 느낌보다는 남의 영화에 내가 주제곡을 불러준 느낌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런대로 넘어갔겠지만 김범수가 방송에서 얼굴을 한 차례 내밀고 노래를 부르자 잘나가던 음반 판매가 뚝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범수는 “가수가 되기 전에는 외모 콤플렉스가 없었는데 가수가 되고난 뒤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곤 했다”면서 “초기 소속사에 함께 있던 R.ef의 미남 이성욱 형과 비교당하며 못생겼단 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범수는 장기적으로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아야 했다. 간혹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짙은 선글래스를 끼고 있었다. 두 눈의 시력이 2.0인 시절에도 계속 안경을 껴야 했다.



▶김범수, ‘나가수’를 만나다

김범수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다. 밝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운동도 자전거,축구, 등산, 웨이크 보드 등 동적인 걸 즐기는 편이다. 인터뷰할 때도 제법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김범수의 이런 끼가 ‘나가수’를 통해 뚫고 나온 것이다. 김범수는 ‘나가수’의 취지와 방법을 듣고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김영희 PD의 눈빛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다. 그런 ‘나가수’로 인생의 전기를 맞이했을 정도로 의미가 깊다. “‘나가수’는 내 음악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됐다. 단순히 무대로 끝난 게 아니라 인생의 큰 기회가 됐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김범수는 ‘나가수’를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우선 자신의 발라드를 확실하게 들려주었다. ‘김범수 발라드’란 무엇일까? “김범수 발라드의 특징은 감미로움과 잔잔함이다. 하지만 깊이를 더 많이 살려야 한다. 이번에 임재범 선배를 보니까 인생 굴곡이 노래에 묻어져 나오더라. 많은 걸 배웠다.”

김범수는 10년 동안 만난 첫사랑 여자친구와 2년 전 헤어졌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 ‘끝사랑’에 담았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가 그 첫사랑을 끝사랑인양 생각하는 심리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김범수도 인생과 사랑의 경험이 쌓이면서 음악의 감성도 깊어져가고 있다.

김범수는 발라드 음악만 들려준 게 아니라 다소 코믹한 의상을 입는 등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여 이미지 자체를 바꿨다. 김범수는 삼바 음악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김범수의 파격적인 일련의 변신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오래전 주도면밀하게 기획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수로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막연하나마 그린 적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시도나 모습들은 그런 게 반영된 거라고 본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은 없었을까? 안정된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는 없었을까?

“조금은 무리수였을지라도 내가 해보고 싶은 무대, 내가 입고 싶은 의상으로 꾸미는 무대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대해 호불호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만약 ‘님과 함께’를 다른 곳에서 시도했다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가수’는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허용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계속 시도할 수 있었다. 너무 무난하게만 하면 청중평가단을 만족시키기 힘들다. 또 ‘나가수’가 너무 딱딱한 분위기라는 말도 나와 쌍방향 호흡과 소통을 하고 싶었다.”

이를 계기로 김범수는 ‘비주얼 가수’가 됐다. 이전에는 사진작가가 자신을 가능한 가리려고 애썼다. “나는 사진 찍을 때 잡아서는 안되는 사각(死角)이 있었다. 근데 이제는 자유롭게 찍자고 하더라. 오히려 ‘사랑을 받는 사람은 같은 사진을 찍어도 다르게 나온다’라고 부추겼다. 못생겼다 하면 위축되지만 잘생겼다 칭찬해 주면 고래도 춤추는 법이다. 요즘 나는 ‘주입식 미남’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가수’ 스트레스? 하차는 언제?

‘나가수’는 김범수에게 많은 영광을 안겼지만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초기에는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가스실에 호출받아 가는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기권을 꿈꾸기도 했다. 수시로 생기는 논란도 그를 가슴 아프게 했다. 김범수는 “사실 태풍의 눈은 조용하지 않나. 내부에 있는 우리들끼리는 별것도 아닌데 밖에서는 화제, 논란, 와전의 형태로 일이 커지고 말도 많아진다. 앞으로는 노래와 무대에만 집중됐으면 좋겠다.”

등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는 “1위와 7위가 가장 안 좋은 것 같다. 다음 번의 부담이 엄청나다. 3~4위 했을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 순위보다 무대 때문에 고민이 많다. “무대를 망치면 어떡하나, 이 무대가 별로였다는 생각이 들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 음악적인 자존심이 깨질까봐 두렵다. 결국 나와의 싸움이다.”

‘나가수’에서 탈락하더라도 두려움은 별로 없다고 했다. 신인이라면 탈락을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이미 10년을 넘긴 가수다. “늘 양지에만 있을 수는 없다. 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김범수는 만약 ‘나가수’에서 탈락한다면 정과 추억이 많이 쌓인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가수로서 최고로 빛날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섭섭함 같은 거다.

김범수는 복음성가가수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보컬 트레이너이자 가수인 박선주의 “하나님을 찬양하는 건 가수로도 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가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에 가수로 인생을 바꿨다.

김범수는 “내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에 투영시켜 대중의 마음속에 감동을 남기는 가수가 되고 싶다”면서 “빌보드 차트에도 한번 더 도전하고 싶다(빌보드 ‘핫 싱글즈 세일즈’에서 5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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