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사회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화가의 길을 택한 수잔 황(Susan Hwang) 씨가 한국의 미술공모전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 씨는 사단법인 서울미술협회(이사장 이인섭)가 주최한 ‘제9회 서울미술대상전’ 서양화 부문에 ‘모란 환타지’를 출품해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서울시장상은 서양화 부문 입상작 50점 중 대상과 우수상 다음 순위의 상(賞)이다.
작가 경력이 길지 않은 데다, 국내외 작가들이 동양화, 서양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거 참여하는 공모전에 처녀 출품했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안팎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열린 시상식및 입상작 전시(~24일)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황 씨는 시험삼아 냈던 작품이 큰 상을 받자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곤 이내 "만학도에게 든든한 원군이 생긴 것같아 무척 기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수상작 ’모란 환타지’는 모란의 꽃술을 풍성하고 화려하게 표현함으로써 모란의 상징인 부귀와 다복을 다이나믹하게 살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자연을 대하면 그 오묘함을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어 마음이 마구 설렌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대자연의 화려한 색채를 작품에 담아내겠다. 그림 그리기는 자연에 대한 내 사랑을 담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황 씨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여 중고교시절 미술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국문학을 전공했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론 바쁜 일상을 영위하느라 붓을 잡을 시간이 없었다.
"막내(아들)가 고교를 마치고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니까 ’미뤘던 꿈을 더 늦출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LA 인근의 명문 대학인 패사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 원서를 냈죠. 어린 미국학생들과 뒤섞여 작업하고, 토론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교수로부터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답니다"
미대 졸업 후 뉴멕시코 주 산타페의 한 갤러리에 작품을 몇점 건넸는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색감이 좋다"며 구입하는 걸 보고 용기를 얻어 작년말에는 LA 코리아타운의 애지아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올 4월 서울 도곡동의 두산 아트스퀘어에서 열린 그룹전을 비롯해, ING생명의 현대미술초대전(~7월1일), 경기도 미사리의 목남갤러리 그룹전 등 전시 초청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또 오는 12월 중국 소주에서 개막되는 ‘서울모던아트쇼’에도 참가하며, LA및 산타페에서의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격려해주는 이들이 부쩍 늘어 요즘 힘이 절로 생깁니다. 작가로서의 ’인생 2막’이 사실 좀 걱정됐는데 간절히 열망하면 안 될게 없네요. 이민생활 30년째라 그런지 고국에선 내 그림이 뭔가 이국적이라 하고, 미국에선 거꾸로 동양적이라 하네요. 그렇게 경계를 넘나들며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게 제 그림의 매력이겠죠? 앞으로 ‘화가 수잔 황’으로 이름 석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