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데이 알고 즐기자
네덜란드의 최대축제로 꼽히는 퀸즈데이는 매년 4월 30일(일요일일 경우에는 29일)에 네덜란드 전역에서 열린다. 퀸즈데이라는 이름처럼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여 전국민이 함께 즐기는 거리축제의 개념이다. 사실 현 여왕인 베아트릭스 여왕의 생일은 1월 31일이고, 4월 30일은 전 여왕인 율리아나 여왕의 생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1월이 축제를 열기에 좋지 못한 시즌이고 어머니인 율리아나 여왕을 기리는 의미에서 퀸즈데이는 율리아나 여왕이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4월 30일에 열리고 있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이니만큼 여왕과 왕실 가족들은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대신 매년 도시를 정해서 행차한다. 지난 2009년 축제 당시, 여왕의 카퍼레이드에 차량이 돌진하여 사상자가 발생한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고, 이후 축제부터는 여왕의 방문지를 미리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올해 여왕의 방문지는 네덜란드 남쪽에 위치한 토른(Thorn)이라는 작은 마을이었으며 이번 축제에서는 다행히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퀸즈데이 즐기기
네덜란드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이지만 그 분위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부 지역은 ‘퀸즈나잇’ 이라는 이름의 전야제로부터 축제를 시작하고, 소도시 같은 경우는 지역주민들끼리 조용하게 맞는 식이다. 우리는 그 중 가장 큰 규모와 볼거리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으로 가 보자. 축제를 위해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는 1-2주 전부터 대관람차와 몇 가지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았다(유럽에서는 축제기간에 이처럼 한시적으로 즐길 거리를 만들어 놓곤 한다). 또한, 오렌지색으로 멋을 낸 사람들로 가득한 암스테르담의 거리와 운하는 마치 작년 월드컵의 대한민국 응원을 연상시킨다. 관광객들도 참여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축구경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퀸즈데이 당일에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갈 수 있는 전철, 타 지역과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기차 이외에는 다른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는다. 축제가 열리는 시내로 나가는 것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항상 트램과 버스와 자전거로 분주했던, 암스테르담 시내 한복판을 자유로이 거닐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니 놓치지 말자. 시내에서 버스와 트램이 사라진 대신, 길을 잃지 않게끔 주요 meeting point로 향하는 간이 표지판들이 등장했다. 일부는 문을 닫지만 카페, 레스토랑, 펍들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힘들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목도 축이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재미다. 이외에도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프리마켓, 개인/그룹 단위의 작은 공연, 축제 아이템으로 가득한 간이 부스, 평소에 찾아볼 수 없었던 맥주와 스낵 노점들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선택은 당신의 몫.
우리의 월드컵 거리응원과 비교했을 때, 퀸즈데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모두가 하나되어 즐기는 축제 성격이 약했다는 것이다. 축제를 맞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할 만한 무언가를 찾지 못해서였을까. 일행들과 거리를 거닐고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를 느끼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아직 유럽에서는 그것을 감당할 만큼 회선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도 통화가 불가능했다. 한번 일행과 떨어져버리면 찾기 어려우니 주의할 것! 하지만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축제이기에, 또한 단지 모던하고 고풍스럽게만 보이던 유럽 대도시의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축제에 참여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