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동남아 현지 촬영분은 대작 드라마의 느낌이었고, 마약을 이용하여 자금을 축적하는데도 불구하고, ‘5인회 처단 프로젝트’로서의 정당성과 무엇보다도 주인공 이민호의 등장으로 내용과 집중력 모두 탄탄한 시작이었습니다.
일단, 이민호와 박민영의 알콩달콩 러브라인과 빠른 전개, 주인공들의 직접 액션 등으로 여름철에 딱 맞는 볼거리를 제공하네요. 또한 ‘시티헌터’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회 ‘거악’의 대표 메뉴를 다루고 있습니다.
비리 정치인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공무원, 그 뒤를 봐주는 정치인, 사학재단의 공금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써버리는 재단 대표, 대통령을 꿈꾸는 국방장관의 군납비리, 이들의 범죄는 모두 고위층의 뇌물수수, 뇌물공여,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공무집행방해죄의 전형적인 모습들입니다.
이와 같은 ‘윗물’의 부정부패에 대해 우리의 잘생긴 ‘시티헌터’는 그들을 찾아가서 직접 처단하고 응징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칠 듯이 화가 나서 직접 응징을 하고 싶어도 참으셔야 합니다. 시티헌터만큼 뛰어난 실력자라 하더라도 성공확률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결국 사회악은 살아남고, 우리의 정의로운 전사는 교도소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사회고위층의 비리는 법제정자, 법집행자, 사법기관이 함께 얽혀 있어서 이를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요. 선이 악을 이기는 모습을 드라마 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실이 안타깝기는 합니다.
또한,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최근 불거진 ‘반값등록금’ 문제도 화면에 보여주고, ‘◯◯대 막장녀’ 등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주제들도 언급해 나가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영되는 실제 현실과 역사를 다루어나가는 데에도 성의를 보여주면서 그저 해외 판매만을 고려한 국적불명, 시대불명의 드라마와는 달리 웰메이드 드라마의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화려한 볼거리와 색다른 액션, 코믹과 멜로, 감동이 어우러진 탄탄한 드라마 ‘시티헌터’에도 한 가지 옥에 티가 있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한다는)나쁜 남자’, ‘귀여운 남자’, ‘능력 있는 남자’, ‘싸움 잘하는 남자’ 등등 좋은 건 혼자 다하는 주인공 때문에 남자 시청자인 저로서는 순간순간 울컥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도시의 거악’들이 이민호 앞에서 차례차례 쓰러져 간다면 시청자의 폭발적인 호응은 계속되겠죠. 아울러 ‘시티헌터’가 끝날 때 쯤 ‘반값등록금’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