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바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단 한 문구 때문에 검찰과 경찰의 표정이 극명하게 바뀌었다.
집단행동까지 엿보였던 경찰이 차분해진 반면 검찰은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간부 5명이 사표를 낸 데 이어 김홍일 중수부장 등 대검 검사장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급기야 김준규 총장이 4일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자칫 검찰이 갖고 있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송두리째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조직도상 검찰은 법무부에, 경찰은 행정안전부에 속해있다. 때문에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게 되면 검찰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다. 그러나 상위법령인 대통령령으로 두게 되면 행안부와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복잡한 협의·절충 과정을 통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찰 스스로가 공공연하게 언급한 ‘13만 경찰의 표’를 정부가 의식할지 모른다는 게 검찰의 우려다.
만약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제한된다면, 실제 수사의 대부분을 사법경찰관이 담당하고 검사는 이를 지휘함으로써 수사권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는 검찰이 경찰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그 지휘 내용을 협의를 해야 하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협의하는 모습 자체가 경찰이 ‘동등한 수사주체’로 비칠 수 있는 점도 검찰로서는 마뜩찮다.
또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행안부의 충돌로 대통령령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경찰이 수사권 조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검사의 수사지휘를 거부하는 ‘지휘권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행정부의 합의안을 입법부가 수정한 것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수사와 관련된 세부절차 등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게 한 것은 절대 권력으로부터 사법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입헌주의 이념에 따른 것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때문에 수사 권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