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적 대업에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위원장을 맡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밝힌 각오다. 회장이란 직책 대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조 위원장은 행동으로 이를 실천했다. 지난 2년간 참석한 해외 행사는 34개, 총 이동거리는 지구 13바퀴에 해당하는 50만9133㎞에 이른다. 온 국민의 오랜 숙원, 동계올림픽 유치가 마침내 확정되면서 지난 2년간 조 위원장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하게 됐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취임하면서 오랜 숙원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 위원장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고, 글로벌 종합 물류그룹을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 다양한 분야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대한탁구협회장,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 등을 담당하며 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조 위원장은 정식 취임 전부터 유치 활동에 들어갈 만큼 열정을 보였다. 지난 2009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8차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 참석, IOC 위원과 OCA 의장 등을 만나 실패 원인 등을 확인했다. 취임 이후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모나코, 독일, 스위스 등에서 열린 올림픽 관련 총회, 빙상경기대회, IOC집행위원회 등에 모두 참석하며 발품을 팔았다. 대한항공 업무를 지창훈 총괄사장에게 맡기고 평창 유치 활동에 전념하는 열정도 보였다. 평창 유치위 대표단이 비즈니스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비용과 시간을 줄여 유치 활동에 더욱 힘쓰겠다는 조 위원장의 지원 덕분이었다.
유치 결정일을 앞둔 지난 6월 말에는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 참가, IOC위원인 모나코 알베르 2세 대공 결혼식 등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 서안의 토고, 유럽 모나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등을 거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막판 유치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는 “모든 것을 재정리해 다시 점검했고,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밤새 응원전을 펼친 대한항공 직원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6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서울 공항동 본사 강당에 모인 대한항공 임직원 300여명은 유치가 확정되기까지 숨죽이며 결과 발표를 지켜봤다. 평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환호성과 함께 맥주파티를 열며 기쁨을 만끽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랜 기간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했는데 드디어 결실을 얻게 돼 너무나 기쁘다”며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국격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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