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그만 부분을 (기여)했을 뿐이다. 대통령이 오셔서 전체 분위기를 올려 놓으셨고,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평창’을 품에 안는데 큰 힘을 보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공’을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렸다. 자신의 역할을 크게 낮춘 것이다.
하지만 평창 쾌거의 일등공신 중 한명이 IOC 위원인 이 회장임은 틀림이 없다. 그는 밴쿠버와 소치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한 채 지난 4년간 뛰고 또 뛰었다. 세번째의 눈물을, 아픔이 아닌 ‘환희의 눈물’로 만들기 위한 절치부심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때 부터 남아공 더반 IOC 총회때까지 1년 반 동안 무려 17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해외 출장을 위한 총 이동거리만 21만㎞로 지구를 다섯 바퀴 넘게 돌았다. 100여명의 IOC 위원들을 모두 만났다.
해외에서의 일정은 맨투맨 설득으로 거의 채워졌다. 특정 IOC 위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번은 한 위원이 사정이 생겨 약속시간이 늦어지겠다고 하자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며 1시간30분이나 기다려 결국 얼굴을 봄으로써 상대방을 감동시켰다.
이 회장이 바란 게 있다면 ‘수적천석(水滴穿石ㆍ끊임없는 물방울은 바위를 뚫는다)’이었다. 사람을 마음을 녹이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부단한 정성’임을 올림픽 유치 지원 행보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교병필패(驕兵必敗ㆍ교만한 병사는 패배한다)‘를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이 “다 됐다는 분위기는 오히려 해칠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한표 한표 호소에 최선을 다했다.
다시 눈물을 씹지 않기 위해 이 회장은 최선을 다했고, 대한민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는데 크게 일조했다. 평창올림픽을 이유로 지난 2009년말 특별 사면됐고, 이것은 늘 마음속의 부담이 돼 왔는데 이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