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전부인 가족이 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3대 대가족은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우리’로 뭉친 핵가족을 거쳐 ‘나와 너’만 있는 2인가구로 수렴되고 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는 한국의 주된 가구 유형이 종전의 4인 가구에서 2인 가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2인 가구(24.3%)가 4인 가구(22.5%)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가족은 기업처럼 과속으로 달리지는 않지만 정체되지 않고 변화한다”고 했던 앨빈 토플러의 미래 통찰력이 다시 돋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4인 가족 기준’이라는 수식어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틀이 됐다. 가족 구성 인원은 줄고 형태는 다양해졌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의 변화는 일상을 바꿔놓았다.
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4인가구의 구성보다 2인가구의 형태는 훨씬 다양하다.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 이혼 등을 이유로 한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도 있다. ‘혼자는 외롭고 많으면 귀찮다’는 생각은 자녀없이 살자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에서 애완동물에 온갖 정을 다주는 ‘딩크펫 가족’으로 발전한다.
의식주 중심의 소비패턴은 2인가구라는 기반에 가장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소형 중심’ ‘실속 선호’는 이미 ‘틈새’가 아닌 ‘대세’다. 크기나 양보다 편의와 디자인을 따지는 성향도 강해졌다. 대형마트에서는 한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이 인기고 조각 과일에 소포장 제품의 판매가 늘었다. 주말엔 함께 식사를 하지만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 제품도 디자인 중심의 프리미엄 소형 선호로 옮겨가고 있다. 유가 상승과 맞물려 승용차 역시 두 명이 타고 다니기엔 더 없이 편한 소형차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2인가구 맞춤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다. 전용 84㎡ 이하 중 2인가구가 살만한 집은 방1개와 거실 1개, 방 2개 형태다. 그러나 소형아파트는 전세값 폭등으로 구하기 쉽지 않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은 수익률이 높고 임차인 확보에 유리한 원룸형 일색이다. 2인가구가 살만한 오피스텔 매물은 품귀현상으로 월세 120만원~150만원이 기본일 정도다.
소비생활뿐 아니라 가정 경제 패턴도 바뀌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2인가구의 경제적인 독립성향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월급 통장을 따로 관리하고 수입과 지출을 알아서 하며 투자와 그에 따른 수익과 부담까지 개별적으로 책임진다. “이번 해외 여행비는 내가 낼께”가 어색하지 않다.
집을 얻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기도 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결혼 5년이내의 유자녀’라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조건 때문이다.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임신을 한 후로 혼인신고를 늦추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보험, 저축, 연금 등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다. 사망보험금을 물려줄 자녀가 없으니 연금액을 더 올리거나 질병보장을 내세운 상품 수요가 높다.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보험상품엔 배우자와 헤어졌을때 계약 변경이나 해지가 쉬운 조건이 추가되고 있다.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가족의 해체와 재탄생은 하나의 현상이다. 그러나 2인가구로의 전환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한국사회 최대 난제의 원인이자 결과다. 일자리 확보와 안정적인 가계소득의 기반을 다지고 가족안전망을 대신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통계만 내놓을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할때라는 얘기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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