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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안, 누군가 당신의 가방을 노리고 있다
‘안테나가 망을 보면 바람이 돕고 기계가 턴다’

배우 손예진이 소매치기범으로 등장했던 영화 ‘무방비도시’에 나오는 대사다. 안테나는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망을 보는 역할, 바람은 피해자가 범행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관심을 돌리는 역할, 그리고 기계는 가방이나 지갑을 직접 훔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은 지난 2008-2009년께 국내 소매치기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소매치기 조직을 소탕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서울지하철경찰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안테나-바람-기계’ 등 조직화된 소매치기범들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매치기 조직 사라지고 단독범행 증가= 하지만 최근에는 단독 범행을 일삼는 개인 소매치기범이 극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경우로 한 때 소매치기 조직에 몸 담는 등 수십년동안 소매치기를 해온 상습범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으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이러한 소매치기 범행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8일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가방을 찢고 지갑을 꺼내는 속칭 ‘째고 빼기’ 수법으로 소매치기 행각을 벌인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절도)로 윤모(53ㆍ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근처를 지나는 전동차 안에서 김모(48ㆍ여)씨의 가방을 문구용 칼로 찢고 현금이 든 지갑을 꺼내가는 등 지난 5~6월 두 달 만에 무려 4차례에 걸쳐 1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10대 시절부터 소매치기 혐의로 처벌을 받는 등 이제까지 총 9회에 걸쳐 수형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지난 2월 출소해 누범 기간임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 가방만 보면 나도 모르게 찢고 싶어진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언제든 가방을 찢고 소매치기를 하기 위해 손잡이 7㎝, 칼날 5㎝ 길이의 일명 도루코 칼 두 자루를 소지하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승각장에서 40대 여성의 가방을 몰래 열어 현금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훔친 혐의로 입건된 권모(62)씨도 절도 등 유사 전과가 32차례나 있던 상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닥치기’ ‘올려치기’ 수법도 다양…경찰 “예방이 최우선”=소매치기범들의 범행 수법도 매우 다양하다. 윤씨와 권씨처럼 가방의 지퍼를 열거나 면도칼 등으로 째고 가방 속 금품을 빼내는 바닥치기(빽치기ㆍ빽째기), 버스에 승차하는 여성들을 뒤에서 노리는 ‘올려치기’, 남성들의 양복 안주머니를 째고 훔치는 ‘안창따기’, 피해자 주변에 동전을 떨어뜨리고 피해자가 동전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목걸이 등을 끊어가는 ‘굴레따기(동전치기)’등이 대표적인 예다.

피해를 당하지 않는 가장 우선의 예방방법은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여성의 경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기 보단 몸 앞쪽으로 놓는 것이 좋다. 남성의 경우 지갑을 하의 뒷주머니에 넣기 보단 상의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 안전하다.

경찰 관계자는 “혼잡한 전동차 내에서는 몸을 심하게 떠밀거나 가로막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자신의 뒤나 옆으로 붙는 사람을 경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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