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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의료제도 문제 파헤친 내부고발자, 다큐 ‘하얀 정글’ 연출한 현직의사 송윤희
“일종의 케이스 리포트(사례 보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수-진보를 떠나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의료 현실을 담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문제가 공론화되고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겁니다. 영화는 그 시작입니다”

다큐멘터리영화 ‘하얀정글’을 연출한 송윤희 감독(32)을 지난 8일 서울 와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산업의학과를 전공한 현직 의사이기도 한 그의 첫 장편영화인 ‘하얀정글’은 내부고발자의 시선으로 의료문제를 파헤쳤다. 영화는 누구나 짐작은 했지만 ‘차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던’ 충격적인 사례들을 보여준다. 한 대학병원 진찰실 문앞에 임의로 갖다댄 카메라는 환자가 들어가서 의사를 면담하고 나오는 시간을 초단위로 재서 보여준다. 첫 환자 31초, 그 다음 22초, 41초, 29초…. 환자 1명당 진찰시간이 평균 ‘31초’다. “환자들에게 MRI(자기공명영상)를 한번 찍게 하는데 내 월급에 만원씩 더해진다”는 레지던트의 육성증언도 등장한다. 보험사 직원들에게 ‘이달의 영업실적’을 고지하듯 병원이 의사들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오늘의 외래진료 ○○○명”이라고 ‘더 빨리, 더 많이’ 진료를 ‘채근’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급여환자(정부로부터 무상의료혜택을 받는 차상위계층)의 진료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대형 병원의 행태도 폭로된다. 한 병원 업무과 직원은 “동료 중 어떤 이들은 ‘모든 환자는 99%가 도둑’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일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고백한다. 


“지난해 여름쯤 영화를 기획했죠. 각종 의료 제도를 공부하고 논문을 보면서 대중들한테 이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하다가 처음에는 몇 십분짜리 UCC로 생각했던 겁니다.”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앓는 할머니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고 걱정하던 송 감독 남편의 말이 출발이었다. 남편 역시 현직 의사다. 이렇듯 연민으로 출발한 다큐는 현행 의료제도의 폐단이 “당연지정제를 기반으로 한 공공보험제도와 자본의 이윤추구의 장이 된 민간의료체제 사이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에 이른다. 정부가 추진중인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 민영화’는 국민의 건강을 대기업의 장사수단으로 만들고 중산층과 차상위계층은 소외받는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송 감독은 ‘진단’한다. 


송 감독은 의대 본과 2학년 때 한 학기를 휴학하고 독립영화협회의 워크숍을 수료하면서 영화를 배웠다. 대학시절 의-약학계를 휘몰아쳤던 의약분업 논란을 겪고 나서 전공서적과 병원 너머 사회 현실로 시야를 넓히게 됐다. ‘하얀 정글’은 지난 6월부터 신청단체를 찾아가는 공동체상영을 시작했다.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시사회도 가졌다. 그는 “몇 년 후 우리 의료현실이 더욱 악화돼 ‘하얀 정글2’ 같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정회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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