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팝 한류, 과연 ‘대세’ 인가?
유럽 주류언론 무관심 속 한국언론·소속사 과도한 자가발전 우려…인터넷 기반 소수의 잔치로 끝날 수도
SNS로 뜬 K팝

아직 초기단계일뿐

오프라인시장

연결이 성공관건

물건 아닌 문화를

판다는 의미

혐·반한류는 필연

통큰 대응으로

문화적 세련미를






K팝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확대되고 있다. K팝 한류가 주도하면서 생긴 신한류의 영향력이 유럽과 중동, 북남미 등 다양한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가 성공리에 개최됐으며 이어 샤이니는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일본 데뷔 기념 쇼케이스를 펼쳐 1000여 유럽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유럽팬들은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 f(x) 멤버의 이름이 적힌 피켓들을 들고 카메라가 비치면 한국말로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한국 아이돌 가수의 춤을 흉내내기도 했다. 유럽 팬들의 이런 반응을 단순한 현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너무 심한 K팝 띄우기

하지만 K팝 한류에는 거품도 제법 끼여 있다. 자가발전한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런던 중심가인 트라팔가 광장에 YG 팬 약 300명이 모여 YG가수들의 영국 공연을 요구하는 대규모 플래시몹 시위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을 YG엔터테인먼트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지만 실제 현장에 모인 사람은 수십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공개되는 바람에 너무 심한 뻥튀기가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영국 현지 취재를 통해 “현지에서 한국문화원이 배포한 자료에는 이날 행사의 예상 참석자가 1404명이라는 내용과 시간별 행사 일정, 행사의 이동 동선, 행사 진행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이동 동선에 따른 약도까지 첨부돼 있었지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열성적 참여자 50여명에 불과했다”면서 K팝 띄우기가 너무 심했음을 지적했다.

이런 행사는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져야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별것 아닌 내용을 한국 기자들이 취재해 확대 보도하는 건 난센스다. 유럽에서 K팝 한류가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나친 확대해석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소지를 안고 있다.

지난 6월 SM 소속 가수들이 파리에서 공영할 때도 프랑스 주류 언론은 아무도 음악적인 리뷰를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런던 플래시몹도 영국 주류 언론에서는 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우리 언론들만 과장 보도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의 K팝 한류는 이제 싹을 틔운 단계다. 이 싹을 자라게 해 꽃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K팝 한류는 어렵게 싹을 틔운 단계일 뿐

K팝 한류는 정확히 말하면 어렵게 싹을 틔운 단계다. 앞으로 싹을 자라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적지 않은 변수가 존재한다.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데서 K팝 한류의 앞날을 조망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은 아이돌가수 위주의 K팝을 소셜네트워크에 띄워 전 세계 네티즌들이 보고들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워크맨 시대에는 J팝이 강자였지만 유튜브 시대에는 K팝이 강자”라고 분석한 건 이런 환경 변화를 담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급증한 케이블, 위성, IP TV 같은 플랫폼들과 인터넷을 통해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된 SNS는 이제 하나의 거대한 실크로드, 이른바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성하고 K팝은 이를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들어갔다”고 말한다.

“SNS에 실리는 음악이 왜 K팝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SM엔터테인먼트 정창환 이사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서구에서는 늘 영미차트의 음악들만을 듣곤 했는데 SNS 시대가 열리면서 좀 다른 음악을 찾게 됐는데 거기서 K팝이 발견된 거다”면서 “그 대안으로 아시아권이 눈에 들어왔고 그 중에서도 내수시장에 만족하던 J팝(입본팝)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던 K팝이 더 눈에 들어온 거다”고 설명했다.

일본만 해도 내수시장이 세계 2위의 규모라 수출에 주력하지 않지만 우리는 대중문화시장이 갈수록 작아지면서 밖으로 나가야 했던 상황도 이와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과거에는 한국가수가 해외에 진출하면 국내 인기를 반납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현지에서의 인기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SM 소속 가수들이 처음 들어간 유럽에서 현지 팬들은 이미 이들의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프로듀서는 “유튜브에서 빅뱅의 팬은 아시아 전역과 북미, 유럽 분포도가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럽의 주류언론 속에는 K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과 동아시아에서는 K팝스타가 주류 언론에도 간혹 등장하지만 유럽에서는 음악 자체의 평가는 아예 없고 K팝스타의 노예계약이나 K팝이 철저하게 기획돼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 정도로 지적했을 뿐이다. 유럽은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유통구조가 ‘오피니언 리더’로서 예상외로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자칫 유럽의 K팝 열풍은 인터넷에 기반한 소수의 광적 흥분으로 그칠지도 모른다.

필자가 최근 일본에서 만난 일본 대중음악 관계자들에 따르면 K팝의 유럽 진출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J팝을 유럽에 수출했던 경험을 지닌 이들 대부분은 “서유럽에서 한국의 댄스 위주 음악을 제3세계의 독특한 음악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이며 호기심 차원에서 소비되기 쉽다”고 전망했다.   



▶K팝 한류는 물건 파는 것 아닌 문화를 판다는 의미

어쨌든 K팝이 유럽 등 서양에서도 계속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인 독창성과 창의력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과의 소통방식이 세련돼야 한다. K팝 한류에 대해 부정적인 지적이 나온다고 해도 대처 방안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칫 문화적으로 ‘촌스럽게’ 비쳐질 수 있다.

가령 아이돌의 불평등계약 문제를 지적했을 때 유럽에서 반한류가 나왔다고 흥분하기보다는 “그래, 너희들 시각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 문화를 좀 더 이해한다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어”라고 설득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라는 말이다.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지니게 될 K팝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기획형 아이돌 양성시스템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길게는 7년에 이르는 장기 합숙제도 자체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힘든 건 당연하다. 감정적인 대응은 문화적으로 열등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꼴이며 ‘서유럽 콤플렉스’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K팝이 유럽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만 침투하는 게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양식, 성격, 문화 등이 포괄적으로 그들과 만나는 일이다. K팝 수출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의미다. 한류가 아시아류(流)를 넘어 글로벌류(流)로 나아가 롱런하려면 독창성과 창의성 유지 못지않게 대응방식의 문화적 세련됨도 갖춰야 한다. 그것이 한류가 확산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혐한류와 반한류를 최소화시키는 길이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